"세금 내리면 소비급증해 수지 부담"vs"싸다고 많이 사지않아"
'유류세 논란'이 날로 뜨거워지고 있다.
휘발유값 급등을 놓고 정유사는 "정부의 유류세 탓"이라고 하고, 정부는 "정유사 마진 때문"이라고 한다. 소비자 입장에선 둘 다 얄밉지만 말이다. 유류세 낮추면 휘발유 소비가 크게 늘지 여부를 놓고도 주장이 엇갈린다.
유류세를 둘러싸고 최근 새롭게 불거진 2가지 쟁점을 짚어본다.
◆ 유류세 내리면 휘발유 소비 급증할까?
"유류세 인하해 기름값 낮추면 휘발유 소비가 크게 늘지 않겠나. 원유를 모두 수입해 쓰는 나라에서 휘발유 소비 증가는 국제수지에도 부담이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를 거부하며 내세워 온 핵심 논리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이 논리가 최근 위협을 받았다. 산업연구원(KIET)의 보고서가 발단이었다.
KIET가 지난 2003년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휘발유에 대한 '소비의 가격탄력성'은 0.17∼0.21에 불과했다. 휘발유 가격이 100원 떨어져도 소비는 17~21원 어치 밖에 늘어나지 않는 얘기였다. 소비의 가격탄력성이 낮을수록 소비가 가격 변화에 둔감하다고 본다.
하지만 정부는 14일 다른 조사 결과를 가져왔다. 진동수 재정경제부 제2차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에너지경제연구원이 1990~2004년 유류 소비 추이를 토대로 산출한 휘발유 소비의 가격탄력성은 산업연구원의 것보다 높았다"고 했다.
재경부가 제시한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휘발유 소비의 가격탄력성은 0.44~0.57이었다. 휘발유값이 100원 내리면 휘발유 소비는 44~57원 어치 늘어난다는 뜻이다. KIET의 3배에 해당하는 결과다.
진 차관은 "KIET의 조사 결과는 1997년 작성된 조세연구원의 보고서를 기초로 한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보다 최근에 조사가 이뤄진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자료가 맞다면 유류세 인하로 휘발유 값이 내릴 경우 휘발유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는 얘기는 크게 틀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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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쩍 비싸진 휘발유, 누구 때문?
"서민의 기름값 부담이 유류세 때문이냐? 정유사 때문이냐?"
영원한 논쟁거리다. 당사자 사이의 신경전도 만만치 않다. 최근에는 오히려 정부가 논쟁에 불을 지폈다.
재경부는 지난 11일 '휘발유 유통이윤 추이'란 자료를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5월까지 휘발유 소비자판매가격 상승분(ℓ당 123원) 가운데 85원(69%)이 정유사 정제이윤(출하가-원유도입가) 증가분이었다.
또 자료에 따르면 정유사 정제이윤은 지난해 말 ℓ당 144원에서 올 5월 229원으로 59% 급증한 반면 원유 도입가격은 ℓ당 11%, 유류세는 1% 느는데 그쳤다. 휘발유값 상승은 유류세 탓이 아니라 정유사 마진 때문이라는 정부의 메시지가 묻어난다.
정부로부터 휘발유값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당한 정유사들이 가만있을리 없었다. 즉시 반박자료가 배포됐다.
휘발유는 원유에서 뽑아내는 여러 석유제품 가운데 하나일 뿐이어서 정확한 원가 계산이 불가능하다는게 정유업계의 논리였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휘발유에서 이윤이 생겨도 중유나 벙커C유에서는 역마진이 발생한다"며 "휘발유만 놓고 정제이윤 확대를 거론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게다가 휘발유 첨가제 비용과 운송비 등 부대비용이 들어가고, 주유소에 휘발유를 보낼 때 ℓ당 60원 정도를 깍아주는 것까지 고려하면 실제 마진은 크지 않다고 정유업계는 주장했다. 재경부가 근거로 삼은 원유 도입가격이 실제 가격과 다르다는 주장도 곁들였다.
다만 정유업계의 이 같은 논리는 정유사의 휘발유 출하가격(유류세 부과 및 주유소 할인 전 기준)이 작년말 ℓ당 485원에서 606원으로 25% 오른 이유를 설명하기에는 충분치 않다.
결국 정유사들 스스로 정확한 원유 도입가격을 공개하지 않는 한 진실을 알기는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