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세를 앞둔 '경고'였을까? 시간끌기용 '블러핑'(bluffing, 허풍부리기)이었을까?"
외환당국(정부)이 올들어 처음으로 직접 구두개입에 나섰지만, 원/달러 환율은 속절없이 추락했다.
이를 놓고 당국이 총공세에 앞서 사전정지 작업을 벌이는 것인지, 단순히 실탄을 아끼려고 허세만 부린 것인지를 놓고 관측이 엇갈린다.
핵심은 당국이 환율 저지선을 낮춰잡았는지 여부다. 적어도 일시적으로는 원/달러 환율 920원선을 양보할 생각이 있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재정경제부는 3일 오전 일부 언론을 상대로 '최근 환율 하락 관련 외환당국의 시각'이라는 자료를 배포했다.
당국에 설명에 따르면 "내용이 길어 '말' 대신 자료로 대신했을 뿐"이다. 사실상 구두개입인 셈이다. 재경부가 직접 구두개입에 나선 것은 올들어 처음이다.
이 자료에서 재경부는 "현재의 환율 움직임은 우리나라의 거시경제 여건과 괴리된 느낌이 있어 이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결제은행(BIS) 등 국제기구가 발표하는 실질실효 환율로 볼 때 원화는 '고평가 국면'에 있다"고도 했다. 현 환율 수준에 대해 '비정상적'이라고 판단하는 당국이 시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대목이다.
재경부는 또 "최근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줄어들고 해외투자가 활성화되고 있다는 점 등 외환수급의 변화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경상수지 흑자폭 축소에 따른 환율의 구조적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는 얘기다.
모처럼 이뤄진 구두개입이었지만,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이날 918원선을 오르내리던 원/달러 환율은 오전 11시40분 구두개입이 나온 직후 한때 919원까지 뛰어올랐다. 그러나 오후 들어 다시 918원대로 미끄러졌다.
이날 원/달러 환율 종가는 전날보다 3.7원 내린 918.0원. 이틀째 연저점을 경신했다. 원/달러 환율 종가가 910원대로 내려간 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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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외환 딜러는 "오늘 거래량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도 뚜렷한 개입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며 "개입이 없었거나, 있었더라도 미미한 수준에 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이 920원선을 포기하고 저지선을 내려잡은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이에 대해 재경부 관계자는 "겉으로 보이는 원/달러 환율 수준만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어떤 모델에 그 숫자를 넣었을 때 나오는 지표도 고려 대상"이라고 말했다. 환율의 일별 종가 자체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이날 920원선 붕괴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어쨌든 이날 구두개입이 '경고'였는지, '블러핑'이었는지는 당국의 후속 대응 여부에 달려있다. 실질적 대응이 없다면 또 한번의 '블러핑',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