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은행 지점 등 외화차입 억제 차원… 채권·외환시장 홍역
정부가 외국은행 국내지점의 단기 외화차입 급증을 막기 위해 이자비용을 손비로 인정해 주는 차입금 한도를 절반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소문이 퍼지면서 채권시장과 외환시장 및 관련 파생상품 시장은 이틀 연속 홍역을 치렀다. 특히 외화자금과 원화자금을 교환하는 FX스왑 시장과 통화스왑(CRS) 시장은 패닉(panic) 상태에 빠졌다.
5일 재정경제부, 한국은행, 금융시장 관계자에 따르면 재경부는 외국계은행 지점들이 해외 본점에서 들여오는 차입금에 대한 손비인정 한도를 현행 자본금 대비 6배에서 3배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경우 손비 인정되는 이자비용이 크게 줄어들게 되고, 결국 세부담이 크게 늘어 외은지점의 본점차입 여력이 상당히 위축될 수 있다. 지난해 본점을 통해 단기차입을 크게 늘린 외은지점으로서는 올해 만기연장 여부까지 재검토해야 할 상황에 몰릴 수도 있다.
현재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내국법인(외국법인 국내사업장 포함)이 국외 지배주주로부터 차입금이 국외주주 출자지분의 3배를 초과할 경우 그 초과분에 해당하는 이자비용은 손금에 산입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외은 지점과 같은 금융업은 이자비용이 손비인정되는 차입금 한도를 6배까지 허용하고 있다.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이날 아침 머니투데이가 주최한 조찬강연회에서, 외화차입 규제설에 대해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해 대책마련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또 조원동 재경부 차관보도 정례브리핑에서 "외화 차입 코스트를 높이는 여러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차입금 한도가 축소되지 않을 가능성도 남아 있다. 또 차입금 한도를 축소하는 것 외에 다른 규제는 없을 것으로 파악됐다. 재경부 관계자는 "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만약 시장이 안정된다면 대책을 내놓을 필요가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손비 인정 범위를 축소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은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단기 외화 차입 급증은 과도기를 거쳐 해결될 문제이기 때문에 과거 처럼 규제로 풀 성질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장 바람직한 것은 시장에서 해결하는 것이며 현재 정부도 차입과 해외투자 양방향 모두 규제를 풀겠다는 의지"라며 "외은지점 차입금을 다른 단기외채와 같은 성질로 보기도 애매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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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외화차입 규제 소문이 돌면서 채권시장과 외환시장, 스왑시장은 패닉 양상을 보였다. 채권금리는 4년 7개월만에 최고로 치솟았고, 외환관련 시장에서는 외화공급이 급속도로 자취를 감추고, 수요만 남았다.
통화스왑시장에서는 비드(외화 원리금을 주고 원화 원리금을 받겠다는 주문)이 한때 완전히 사라지면서 만기 1년짜리 통화스왑 금리가 4일 0.10%포인트, 5일 0.21%포인트 등 이틀동안 0.30%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통화스왑 시장은 외은지점들이 외화 조달 자금을 원화로 바꿀 때 주로 이용하는 시장으로 금리가 하락했다는 것은 원화에 대한 수요가 줄고 외화 수요가 증가했음을 의미한다.
달러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925원선을 뚫고 급반등했다. 대규모 선물환 매도에 나섰던 중공업체들도 정부 눈치를 보며 거래를 자제했다.
채권시장에서는 외은지점들이 보유 채권을 팔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국고채 1년, 3년, 5년물이 장중 한때 0.07%포인트 급등했다. 막판 상승폭을 다소 줄여 3년물 기준 5.33%로 전날대비 0.04%포인트 오르며 마감했다.
원화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바꾸는 이자율스왑(IRS) 금리도 1년, 3년, 5년물이 1bp씩 상승했다. 이로 인해 통화스왑금리가 장중 한때 이자율스왑 금리를 1.00%포인트까지 밑도는 현상이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