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은행채 등 조달 여건 악화..새로운 자금 조달 강구
"예금은 펀드나 CMA로 빠져나가고, 은행채 발행도 팍팍해지고.."
은행들의 자금조달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의미있는 변화가 시도되고 있다. 은행들이 예금이나 은행채로 대변되던 전통적인 자금조달 방식을 벗어나 주택저당증권(MBS, Mortgage Backed Securities) 발행 등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시작한 것.
특히 MBS는 신규 수신으로 자금을 끌어오기 보다 갖고 있는 대출 자산을 현금화하는 개념이어서 활성화될 경우 보다 손쉽게 자금을 조달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기대다.
◆국민은행 이어 우리은행도 RMBS 발행 추진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이 최근 10억달러 규모의 주택담보대출 유동화증권(RMBS) 발행을 시도한데 이어 우리은행도 RMBS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RMBS는 MBS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을 유동화한 것으로 MBS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RMBS는 주택담보대출 등 부동산대출 채권을 다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은행이 이를 기초로 저리의 장기 투자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미국 등 선진은행들에는 일반화돼 있는 자금조달 수단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외국계은행인 SC제일은행이 지난 2004년부터 7차례에 걸쳐 RMBS 발행에 성공했지만 국내은행 중에는 RMBS를 발행한 사례가 없었다.
그동안 국내은행들이 RMBS 등 복잡한 수단을 동원하지 않더라도 자금 조달이 어렵지 않았던 데다 외형 경쟁 와중에 자산이 줄어드는 유동화를 택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만치 않은 RMBS"
새로운 시도인 만큼 난관도 적지 않다. 국민은행의 RMBS 발행이 무산된데 이어 우리은행도 난항을 겪고 있다. 가장 큰 어려움은 국내은행들이 보유한 주택담보대출 자산이 RMBS 대상 자산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고객들이 거치기간 연장이나 만기 연장 등 대출 조건 변경을 요구해올 경우 대부분 들어주고 있지만 RMBS를 통해 자산이 양도되고 나면 은행이 이에 응할 수 없게 된다는 것.
이에 따라 국민은행이나 우리은행은 RMBS 발행에 적합한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개발해 판매하고 이를 토대로 RMBS를 발행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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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관계자는 "대출 후에는 조건 변경이 되지 않는 상품을 만들고 고객들에게 판매할 때도 이를 분명히 인식시키면 RMBS에 적합한 자산이 될 수 있다"며 "다만 고객들에게는 불리한 상품이 될 수 있는 만큼 금리할인 등 인센티브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환경 변화가 은행을 바꾸다
국내은행이 거들떠 보지도 않던 RMBS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은행권을 둘러싼 환경변화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시중자금이 은행이 아닌 펀드나 증권사 CMA 등으로 이동하고 은행채 발행에도 공시제도가 도입되는 등 자금조달이 갈수록 힘겨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자본시장통합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이같은 어려움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최근들어 은행영업에 수익성이 강조되면서 외형 경쟁이 다소 완화도 있는 것도 한 배경으로 꼽힌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당장 유동성 확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조달환경이 더욱 나빠질 수 있다는 차원에서 새로운 조달 수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외형 경쟁을 완전히 접을 수 없는 국내은행들이 당장 RMBS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게 될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만 자금 조달 방식의 다양화를 시도한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의미있는 변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