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린치 실적 및 주택지표 '이중고'…금리인하 가능성 고조
24일(현지시간) 뉴욕 증시가 메릴린치와 주택 경기의 최악의 부진이라는 이중 악재에 휩싸였다. 그러나 다우지수가 장막판 괴력을 발휘하며 장막판 한때 반등에 성공하는 등 악재를 딛고 비교적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우지수는 저점대비 205포인트 상승하는 뒷심을 발휘했으며, S&P500과 나스닥지수도 낙폭을 크게 줄였다.
이날 메릴린치의 79억달러 상각 발표와 93년래 최악의 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촉발된 약세장은 미국의 9월 기존주택판매가 1999년 이후 최악의 부진을 기록했다는 소식으로 절정으로 치달았다.
신용경색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으며, 주택 시장 부진이 미국 경제를 경기 침체로 몰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다. 터키가 이라크에 숨어있는 쿠르드 반군을 공습했다는 소식도 유가가 4일만에 상승세로 끌어올리며 증시에 악재 요인을 보탰다.
◇ 금리 인하 기대감, 막판 반등 주도
그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오는 3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면서 낙폭을 줄이는데 성공했다. 연방기금선물은 오는 3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25bp 인하될 가능성을 92%로 반영했다.
장 후반 불거져 나온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긴급 회의설도 장막판 급락세에서 벗어나는데 일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옵셔네틱스의 애널리스트인 프레데릭 루피는 "또 다른 금융회사가 실망스런 실적을 발표함에 따라 매도가 촉발됐다"면서 "여기다 기존 주택 판매가 예상을 크게 밑돈 것으로 발표되면서 하락세에 불을 붙였다"고 분석했다.
블루칩으로 구성된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0.01%(0.98포인트) 떨어진 1만3675.25를,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전일대비 0.24%(3.71포인트) 하락한 1515.88을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전날보다 0.88%(24.50포인트) 내린 2774.76으로 장을 마쳤다. 이날 다우지수는 장중 한때 1.51%(206.07포인트)까지 급락했다. S&P500지수도 1.98%, 나스닥지수는 2.82%까지 추락했다.
◇ 메릴린치 93년래 최악 분기 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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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릴린치는 개장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79억달러를 3분기 실적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외신들의 추정 규모인 최대 75억달러를 넘어서는 것이다.
메릴린치는 이달초 신용경색이 심화되면서 모기지 관련 증권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고 이에 따라 채권 사업부 손실로 50억달러를 상각할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그러나 WSJ은 추가 상각규모가 20억 달러에 달해 모두 70억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손실을 이번 실적에 반영할 것이라고 보도했고, 뉴욕타임스(NYT)는 메릴린치가 25억달러를 더 상각해 전체 상각규모가 75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메릴린치의 실제 상각 규모가 79억 달러로 드러남에 따라 피해는 예상보다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메릴린치의 상각액중 58억달러는 모기지 증권에 기초한 부채담보부증권(CDO) 가격 하락에 따른 것이다. 메릴린치는 월가 투자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분기 손실을 기록했다. 메릴린치의 상각규모는 79억달러에 달해 씨티그룹의 65억달러와 골드만삭스의 14억8000만달러를 크게 상회했다.
메릴린치는 이러한 상각비용을 반영해 3분기 22억4000만달러(주당 2.82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동기 기록한 30억5000만달러(주당 3.17달러)의 순익에서 적자전환한 것이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전문가들이 손실 예상치인 주당 45센트를 크게 하회한다. 6년만의 첫 분기 손실이자 장사 93년만에 최악의 분기 실적이다. 3분기 매출도 전년동기 98억3000만달러에서 94% 급감한 5억77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 역시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32억5000만달러를 크게 하회하는 수준이다. 메릴린치의 주가는 전일대비 5.7% 하락하는 부진을 기록했다.
S&P와 피치는 메릴린치의 위험 관리 능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한단계 하향 조정했다. 신용등급 전망은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 기존주택판매 8년래 최악의 부진
개장직후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은 9월 기존주택판매가 전월보다 8% 감소한 연율 504만채를 기록 했다고 밝혔다. 이는 1999년 이후 최악의 부진이다. 지난 8월 548만채는 물론 월가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525만채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주택 가격 하락세도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소식으로 메릴린치의 주가는 전날보다 6.1%(4.01달러) 떨어진 63.20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기존주택판매의 부진은 부동산 경기 침체가 경제 성장마저 위협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아마존닷컴도 강한 분기 실적을 발표했지만, 연휴 쇼핑 시즌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대두되며 기대 순익 마진에 대한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 아마존닷컴의 주가는 12% 급락하며 기술주들을 끌어내렸다.
보잉은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했지만, 내년 매출 전망을 삭감함에 따라 0.7% 하락했다.
◇ 유가 채권 가격 급등, 엔캐리 청산
터키가 이라크 국경 쿠르드 반군 공습에 나섰다는 소식으로 국제 유가가 4일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미국 원유 재고가 예상치 못하게 감소했다는 소식도 이날 유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터키의 이라크 공습은 다시 지정학적 위험이 원유 시장을 지배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웠다. 전문가들은 현재 유가 수준에 지정학적 위험이 배럴당 20달러 가량 반영돼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날 터키 전투기와 무장 헬기들이 이라크-터키 국경 지대의 쿠르드 반군을 공격했다.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12월 인도분 유가는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전일대비 2.2%(1.83달러) 오른 배럴당 87.10달러를 기록했다. 북해산 브렌트유 12월 인도분 유가도 런던 석유시장에서 전날보다 1.8%(1.51달러) 오른 배럴당 84.36달러로 장을 마쳤다.
주식이 급락하자 안전 자산 선호 현상으로 국채 가격은 급등했다. 금리 인하 가능성도 이날 채권 수익률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2년만기 미국 재무부 채권 수익률은 전날보다 0.09%p 떨어진 3.71%를 기록했다. 10년만기 재무부 채권 수익률도 전일대비 0.08%p 떨어진 4.32%를 기록했다.
이날 엔화는 엔캐리트레이드 청산 움직임으로 달러와 유로에 대해 강세를 나타냈다. 미국 주택 시장 부진으로 경기 악화 우려가 고조되면서 위험 자산에 투자하고 있는 엔캐리트레이드가 청산될 것이란 기대감이 이날 엔화 강세에 반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