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청 안내전화입니다. 귀하께서는 2차 참고인 조사 소환대상에 포함되셨습니다. 정해진 날짜까지 출석하셔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을 안내받으시려면 9번을 눌러주세요."
최근 기자에게 걸려온 ARS 안내전화다. 이후 옆자리 다른 기자에게도 같은 전화가 걸려왔다. 마치 '파도타기'를 하듯 동일한 전화가 사무실 곳곳에서 반복됐다.
상대방 유도에 따라 혹은 항의하기 위해 9번 버튼은 누르면 수신사 부담 전화요금이 부과되게끔 만들어 놓은 이른바 `보이스 피싱' 수법의 사기전화다.
경찰청에 따르면,지난해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한 국내 보이스 피싱 피해건수는 8월 현재까지 총 4만3000건에 달한다. 금액기준으로는 420억원에 육박할 정도다.
수법도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다. 상대방의 전화로 욕설을 계속 퍼부어 휴대폰 전원을 끄도록 유도한 뒤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납치한 것처럼 유도해 송금을 유도하는 수법도 사용한다. 최근에는 국민연금관리공단이나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을 사칭해 '세금 환급'을 명목으로 현금지급기로 유도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전방위적으로 걸려오는 사기전화 대부분이 중국, 대만 등을 경유해 들어오는 국제전화나 인터넷 전화라는 것. 범죄도 중국인 혹은 대만인 등이 연루된 국제범죄단 양상을 띠고 있다. 실제 지난 8월 한국인은 물론 대만인, 중국인들로 구성된 대규모 보이스피싱 범죄단이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국경없는 '통신' 이 국경없는 `사이버 범죄'를 낳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국내 법체계 정비나 국내 당국의 수사만으로는 방어를 할 수 없는 상태다. 국내 게임계정 정보를 노리고 중국을 경유해 들어오는 `중국발 해킹'도 마찬가지. 이제는 중국 등 관련국가들과 본격적으로 제도적 개선책을 모색하고 긴밀한 수사협조체계를 갖춰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