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일 조준웅 특검팀이 삼성의 비자금 수사에 나선 후 한달이 지난 가운데, 삼성은 지난 한달간 '경영 공백'으로 시련의 시간을 보냈다.
삼성은 1차 60일간의 특검 이후에 특검 기한이 연장돼 최종 105일의 특검을 받을 경우 올 1분기는 물론 올해 전체 경영 파행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등은 향후 2~3년 이후의 투자를 올해 결정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사업의 특성상 올해 투자결정 지연의 여파는 2~3년 이후는 물론 시장경쟁에서 도태하는 상황까지 연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현실이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특검 출범 이후 한달간 경영행위라고 볼 수 있는 주요 행사가 거의 모두 무산됐다. 통상 1월 9일경 자랑스러운 삼성인상 시상식 이후 사장단 인사를 하던 것이 올해는 특검으로 연기됐고, 사장단 인사후 1~2주 뒤에 임원 인사(상무보 이상)도 연기됐다.
삼성은 2월말 간부(과장급 이상 상무보 이하) 및 사원 인사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그 위선인 임원 인사가 요원한 상태이어서 경영공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주요 경영진들이 특검에 줄줄이 소환되고 있는 상황에서 인사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게 삼성 측의 주장이다.
게다가 통상 2월말에 진행하던 주요 그룹 계열사의 주주총회 준비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주총을 3월말로 미루는 등 지난 한달간 경영공백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자조섞인 말로 "지난해 10월말부터 올해까지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다"고 최근 심경을 드러냈다.
특히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이 반도체나 LCD, PDP, 휴대폰 등 미래 첨단 산업에 대한 투자 결정의 지연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국내 D램 업체들이 90년대초반 일본 주요 D램 업체들을 제치고 업계 1위로 올라설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발빠른 투자결정이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일본 업체들이 경기침체로 투자를 주저하고 있을 때삼성전자(167,800원 ▲2,000 +1.21%)등 국내 업체들이 발빠르게 공격적 투자에 나서면서 '대역전'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것. 현재 삼성전자를 제외한 전세계 모든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고, 휴대전화의 모태인 모토로라가 휴대폰 시장에서 철수를 검토하는 등 IT 시장은 격변의 시기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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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LCD 시장은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면서 일본과 대만 업체들이 발빠른 투자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시점에 삼성전자가 발빠르게 대응해 시장 지배력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특검이 진행된 지난 한달간 사실상의 경영 공백상태에 놓여 이같은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우려가 크다.
재계는 그동안의 경영공백보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경영공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특검이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특검기한을 계속 연장할 경우 삼성의 올해 장사는 사실상 망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그 여파는 향후 수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