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남아 자금 자산운용사 위탁, 은행채는 순상환
이 기사는 02월19일(14:22) 머니투데이가 만든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은행 자금사정이 어렵다구요? 그게 언제적 이야긴데…"
극심한 자금부족에 시달리던 시중은행에 갑자기 돈풍년이 들었다. 불과 한달만이다. 정기예금을 중심으로 뭉칫돈이 은행으로 몰려오자 은행들은 양도성예금증서(CD)와 채권 발행을 중단했다.
은행들은 남는 돈을 어떻게 운용할지가 새로운 고민이다. 기업대출을 크게 늘려도 남아 자산운용사에 거액을 위탁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100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1500억원이 필요한 구조화채권 발행을 검토하는 은행도 있다.
정기예금 급증, 은행채·CD 발행 뚝↓
1년만기 7%대 정기예금의 위력은 대단했다. 지난 1월 시중은행으로 유입된 정기예금 규모는 무려 20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정기예금 증가액의 두 배에 달했다. 고금리 은행채와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으로 자금 모으기에 바빴던 은행에게 말그대로 격세지감.

은행채 발행도 줄고 있다. 1월 초 하루에만 1조원 이상 쏟아졌지만 1월말을 기점으로 순상환을 기록하고 있다. KIS채권평가에 따르면 1월28일부터 2월17일까지 총 3500억원이 순상환됐다.

시장성 CD 발행 증가세도 둔화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CD 발행 잔액은 지난 1월16일 100조원을 넘어선 이후 한달간 2조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5.89%까지 올랐던 CD 91일물 금리는 5.89%까지 오른 후 16거래일 연속 하락해 5.27%로 떨어졌다. 6개월래 최저 수준이다.
남는 돈, 은행 자산운용사로 자금 집행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말부터 은행들은 여유자금 운용을 위해 자산운용사에 자금을 집행했다.
국민은행이 약 1~2조원(시장 추산) 가량의 자금을 단기 채권형과 시가형 채권 펀드에 위탁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1월말부터 (자산운용사에) 자금 집행을 했다"고 말했다. 다만 위탁 규모에 대해서는 확인을 거부했다. 은행 자금이 크게 남는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은행도 자금 집행을 위해 운용사 선정 작업을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자산운용사 담당자들은 "우리은행이 만기 1년 정도의 자금 집행을 위해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 농협 등 다른 은행의 자금 집행이 있을 것이란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
독자들의 PICK!
A자산운용사 관계자는 "1월말 이후 단기 채권형펀드로 유입되는 돈은 대부분 시중은행 자금"이라며 "정기예금이 1월에만 20조원 이상 늘어난 영항이 크다"고 설명했다.
100억 조달에 1500억원 드는 구조화債 발행 추진
은행 자금 사정이 활짝 폈다는 증거는 구조화채권 시장에서도 찾을 수 있다. 하나은행은 5년만기, 300억원 규모의 ‘파워스프레드’ 구조화채권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채권을 발행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4500억원어치 채권을 사야한다. 그만큼 자금이 사정에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은행도 크게 손해볼 게 없는 장사다. 구조화채권 발행을 통해 CD 91일물 금리 수준으로 조달이 가능한 데다 구조화채권를 헤지하는 과정에서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구조화채권은 자금 조달 목적보다는 금융상품에 가깝다.
산업은행 트레이딩센터 관계자는 “하나은행의 파워스프레드 구조화채권 발행 설은 은행 자금 사정이 지난해 말에 비해 얼마나 달라졌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고금리 정기예금과 은행채 발행으로 끌어드린 돈이기 때문에 순이자마진(NIM)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저원가성 예금 감소 등으로 역마진 우려가 더 높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