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위력 잃은 악순환 구도

[개장전]위력 잃은 악순환 구도

홍재문 기자
2008.03.27 08:37

코스피 포스트 2000시대를 말할 수 있느냐는 숙제

미증시가 일제히 하락했다. 경제지표가 안 좋고 신용경색 우려가 재연되면서 다우지수가 이틀째 떨어졌다. S&P500과 나스닥 지수는 나흘만에 하락반전했다.

미달러는 이틀째 약세를 나타냈고 미국채 수익률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국제유가와 금값도 연일 상승이다. 매우 익숙한 그림이다. 지난주 공개시장회의(FOMC)가 열리기 전까지 지겹도록 봤던 모습이다.

그러나 주가 낙폭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미국 3대 주가지수는 5일선 위에서 속도조절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코스피지수는 전날 단기 골든크로스를 만들었다. 기계, 전기전자, 운수장비, 유통, 증권, 보험 등 상당수의 업종지수도 5일선이 20일선을 뚫고 올라간 상태다. 전날 시총 1위 대장주인삼성전자(271,500원 ▲5,500 +2.07%)가 연최고치를 경신했던 전기전자 업종은 5일, 20일, 60일 이평선이 정배열 상태를 구축하고 있다.

매각재료가 부각된대우조선해양(129,900원 ▼300 -0.23%)은 전날 10% 넘게 급등했다. 상당수의 종목과 업종이 바닥을 다진 뒤 주가 상승 재료를 갈구하는 모습이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단기 시각임을 전제로 "꺼리가 될만한 재료들이 종목 움직임에 적극 반영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종목을 찾는 움직임이 활발하다는 뜻"이라면서 "정부 정책과 글로벌시장에서 이슈가 되는 상황을 꼼꼼히 점검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7일 연속 오른 코스피지수가 떨어질 수는 있다. 미국 동향에 좌우되는 외국인이 주식 순매도로 돌아서면 국내엔 받아낼 매수주체가 없는 실정이다. 6일 연속 주식 순매도에 나서고 있는 투신권(자산운용사)이 분기말 윈도드레싱에 나서면서 적극 매수한다면 모를까 증시는 다시 수급난에 빠질 수 있다.

하지만 바닥을 친 주가가 오름세를 시작한 마당에 상승기세가 사라질 것으로 낙담하기는 이르다. 아직도 긴가민가 하면서 추격매수를 미루던 세력이 주가 하락을 주식 확보 기회로 삼을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1차 목표치인 1740p에 근접하지도 못했고, 1840p 2차 타깃이 가시권에조차 들어오지 않았는데 브레이크를 밟는다고 방향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엑셀레이터를 누른 채 질주하더라도 교통정체가 있거나 정지신호에 맞닥칠 수 있는 일이다.

두려워하는 것은 미국발 악재가 아니다. 가을까지 2000p를 회복할 수 있다고 장담하는 낙관론자마저 우려하는 것은 한국 내부 문제다.

2085p까지 치솟았다가 1537p로 추락하며 1/4을 내줬던 코스피지수가 다시 2000p를 회복했을 때 그 다음에 대한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는 점이 숙제로 남아 있다.

설사 사상최고치를 돌파한다고 해도 2300p, 2500p, 3000p를 말할 수 없다면 사상누각이라는 지적이다.

현재와 같이 침울한 증시 분위기에서 2000p를 다시 볼 수 있다는 원대한 꿈을 갖고 있다는 것이 놀랄 일이지만 남들이 또 다시 '주가 2000시대'를 외칠 때 장기적인 미래를 고민해야 한다는 너무 이른 걱정에 경악할만 하다.

하지만 이같은 시나리오에 힘을 실어주는 사람이 등장했다. 오석태 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이젠 비관론자로 입장을 정리했습니다"라고 선언하면서 기업어닝의 하락세가 향후 성장과 주가를 갉아먹는 요인이 될 것으로 우려했다.

그는 국민소득계정 통계를 이용한 분석을 통해 GDP대비 기업이익의 비율이 2004년 11.5%로 정점을 친 뒤 2005년 10.7%, 2006년 9.8%, 2007년 9.1%(잠정)로 하락했으며 올해도 4년째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오이코노미스트는 "국민의 정부 5년은 IMF이후 급락했던 기업이익이 증가세로 돌아섰던 시점이며, 참여정부 5년은 주가가 리레이팅을 받으면서 PER가 오르는 승수확장(Multiple expansion)을 통해 주가가 크게 올랐는데 과연 MB정부에선 어떤 호재가 있을 지 의문"이라면서 "개인저축률이 2%대로 다시 떨어지고 기업은 1500억달러의 단기외채를 롤오버하기 바쁜데 과연 기업이익과 성장 제고를 위한 방법이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전세계가 미국 경제의 2/3를 차지하는 소비여력에 관심을 두고 있는데 정작 문제가 되는 쪽은 한국의 소비자일 것이며, 기업이 돈을 구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엄청난 돈을 계속 꿔야하는 처지에서 설비투자를 기대하는 게 요원하다는 점을 특히 문제점으로 꼽았다.

물가가 오르는 국면에서 구매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저축률이 더 떨어질텐데 과연 한계에 직면할 개인소비를 완충시킬 수 있는 여력이 있는지, 그리고 차입금이 크게 늘어도 해외에 주로 투자되고 기업 이익이 날이 갈수록 악화되는 데 장기적으로 경기와 주가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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