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시큰둥한 증권사

[내일의전략]시큰둥한 증권사

홍재문 기자
2008.06.02 16:59

옵션 양매도 포지션이 흔들릴 정도의 급변 가능성 여부

코스피지수가 사흘만에 하락했다. 개장초 지난주말의 상승세를 이어가는 듯 했으나 또 다시 외국인의 선물 순매도와 프로그램 매물에 발목이 잡혔다.

닛케이(+0.71%), 토픽스(+1.20%), 대만증시(+1.22%), 중국 상하이지수(+0.75%)가 상승마감했고 홍콩, 싱가포르 증시도 오름세를 나타낸 상태에서 유독 코스피만 힘에 부치는 모습이었다.

철강금속(+2.19%), 운수장비(+1.04%), 운수창고(+2.55%) 등 쇳덩이와 관계된 종목이 상승했지만 여타 업종은 온종일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거래량도 저조했다. 이날 거래량은 2억3000만주로 지난 4월14일 이후 한달 반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거래대금 또한 4조4000억원에 그쳐 지난 3월27일 이후 2달여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6월 첫거래일에서조차 이처럼 거래가 부진한 가운데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는 것은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음을 방증한다.

왜 증시가 활기를 잃었을까. 쇠고기 수입문제로 정국이 어수선한 가운데 오전부터 천둥을 동반한 비도 내린 탓일까.

하락출발한 유럽증시와 미증시 하락을 예상한 선제적인 반응이었다면 코스피의 예지력이 글로벌 증시 중 최고로 인정될 일이다.

아마도 증권사들이 6월 전망을 약하게 내놓고 있는 데서 실마리를 풀 단서가 제공될 지 모른다.

많은 증권사들이 이달 최고치를 1900선으로 보고 있다. 1950선까지 고점을 높여 부른 증권사 전망도 월말에 가서야 상승세가 재개된다는 쪽이다. 일부 증권사는 1850선이 월고점이라는 극도로 보수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단기 급등락이 반복되면서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지난 3월17일 1537까지 추락했던 코스피지수는 2개월만인 지난달 19일 일시적이나마 1901까지 상승했다.

1900선을 넘자마자 하락세로 돌아선 코스피지수는 1주일만인 5월26일 1791까지 급락했다가 지난주말 낙폭의 50% 되돌림 레벨인 1850선을 회복했다.

펀더멘털에 큰 변화가 있는 게 아니고 2분기 어닝시즌이 도래하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은 가운데 다음주 쿼드러플위칭데이까지 예정돼 있는 상태에서 증시가 쉼없이 등락하고 있는 데 대해 맘 편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증권사의 옵션 거래 내역을 봐도 지수 정체를 희망하는 베팅이다. 6월물 옵션이 시작된 지난달 9일부터 이날까지 증권사는 콜옵션과 풋옵션을 모두 매도하는 '양매도' 거래에 주력하고 있다.

누적 매도포지션이 콜옵션을 20만7099계약, 풋옵션을 22만4074계약이다. 개인이 '양매수'에 나서고 있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치고, 외국인도 콜(13만2985계약)과 풋(25만4295계약) 누적 순매수를 기록하고 있다.

아마도 1800∼1900 사이에서 선물옵션 만기가 끝나게 되면 증권사의 양매도 포지션은 상당한 시간가치를 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12일 만기일까지 이제 7거래일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박스권을 벗어나는 큰 변화가 주어지지 않는 게 옵션 양매도 입장에서는 필요한 일이다.

이날 3000억원을 넘은 프로그램 차익거래 순매도로 매수차익잔고가 6조5000억원대까지 줄어들었지만 만기까지 1조원 이상 추가매물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지수 상승보다는 하향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이다.

6월물과 9월물의 스프레드가 1.70선에 불과한 상태라면 선물 매도포지션 롤오버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만기로 다가갈수록 매물압력 증대가 예상된다.

하지만 변수도 많다. 비록 금리 동결이 예상되지만 유럽중앙은행(ECB)과 금통위 등 금리결정회의가 있고 이번주 하이라이트인 미국 고용지표가 현충일 휴장 속에 나온다.

2차대전 이후 분기 성장률(GDP)이 마이너스로 가지 않았던 경기침체가 없었던 반면 고용지표 감소를 수반하지 않았던 경기 침체도 없었다.

아직까지 GDP가 마이너스를 나타낸 적이 없는 점었던 점은 강세론자(Bull)의 근거가 되며, 비농업 고용자수가 5개월 연속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점은 약세론자(Bear)의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비록 5월 고용자수 감소가 5만명에 그치더라도 주간 노동시간이 0.3% 감소하는 것이 40만명의 실직과 진배없다는 분석까지 있는 판이기 때문에 5월 고용지표 수치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일은 아니다.

이번 만기가 지나면 코스피200 구성 종목 교체까지 이뤄진다. 주식선물 만기까지 합세한 가운데 유동비율 조정까지 이뤄지기 때문에 만기 상황을 낙관할 때가 아니다.

다양한 변수와 복잡한 상황이 얽히고 설킨 상태에서 옵션 양매도에 나선 증권사에게는 시장 정체가 최선이다.

하지만 많은 증권사들이 박스권을 전망하고 있는 상태에서 포지션이 노출돼 있기 때문에 모종의 반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일이다.

증권사가 풋옵션 매도 포지션을 커버할 정도로 지수가 급락하거나 콜옵션 매도 포지션을 커버할 정도로 증시가 급등한다면 상당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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