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책에 숨막히는 중소기업

[기자수첩]정책에 숨막히는 중소기업

임동욱 기자
2008.07.03 08:15

"대출을 줄이겠다고 하면 당장 피가 마르는 것은 우리 같은 작은 회사죠. 비 올 때 우산은 뺏지 않겠다고 말하지만…."

 

한 중소기업 사장의 말이다. 어렵사리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지만 정부가 올 하반기 유동성 억제를 위해 대출규제에 나서면 만기 연장도 어려워질 것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는 2일 넘치는 유동성이 은행의 자산확대 경쟁과 대기업 인수·합병(M&A) 자금수요 증가에 기인한 것으로 보고 은행의 건전성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브레이크 없는 전차처럼 고삐가 풀린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고육책으로 읽힌다. 기업환경이 악화되면서 중소기업 연체율이 지난 5월 1.6%까지 올라간 가운데 기업대출의 잠재적 부실 가능성을 경고한 것도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하지만 대출규제에 따른 유동성 관리는 결과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들의 숨통을 조일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 정부 정책에 민감한 은행들은 대출자산에 대한 건전성 강화를 이유로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중소기업 여신부터 손을 댈 가능성이 높고, 이들 기업은 가뜩이나 어려운 자금사정이 악화될 수 있다.

정부의 '이상적인' 정책에 멀쩡한 중소기업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는 이미 보증부문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보증기관들에 중소기업에 대한 장기 및 고액 담보지원을 줄일 것을 요구했고, 이들 기관은 '고액·장기보증 감축'을 주요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이 조치의 명분은 자원의 효율적 운용이었다.

정작 현실은 달랐다. 오랫동안 보증을 받아온 중소기업들은 갑작스레 자금상환 압박에 시달리고 있고 이 때문에 실제로 부도를 낸 기업도 1∼2곳이 아니다. 올들어 보증기관들의 보증사고율이 높아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정책은 국가적 큰 틀에서 집행돼 일부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경제적 약자인 중소기업부터 힘들게 하는 정책은 현실을 간과한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임동욱 바이오부장

머니투데이 바이오부장을 맡고 있는 임동욱 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