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대출자금 용도외 사용 점검·여신심사 강화
-현실적 수단 없어 실효성 '의문'
- 中企 돈줄부터 마를라 '부작용' 우려
정부가 과도한 인수합병(M&A) 대출을 억제하고 금융회사의 외형 경쟁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시중에 넘치는 유동성(돈)을 흡수하기 위해 꺼낸 카드다.
실제로 지난 5월말 현재 은행권의 대기업 대출규모는 10조9000억원에 이른다. 불과 5개월 만에 지난해 전체 대기업 대출규모(8조5000억원)를 넘어섰다. 이 추세라면 올 연말에는 대기업 대출규모가 26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과 같은 '정공법' 대응 수단이 아닌데다 대출이 줄어들게 할 직접적인 수단이 마땅치 않아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미지수다.
◇M&A 대출억제 수단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우선 M&A 관련 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대출 용도 외로 자금이 쓰이는 지를 집중 감시할 계획이다. 대부분 기업들이 시설자금이나 운전자금으로 대출을 받아 M&A 자금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게 금융감독당국의 판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출 신청시 자금 사용용도를 은행에 서면으로 제출해야 한다”며 “대출자금이 제대로 용도에 맞게 쓰이고 있는지를 은행이 엄격하게 관리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도 기업들이 시설자금을 대출받아 용도 외로 사용하면 제재를 받는다. 특히 허위·부실자료를 제출해 대출을 받았을 경우 대출금이 회수되고 불량 기업으로 낙인 찍혀 모든 은행과 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해 진다.
또한 은행들이 여신심사를 강화하도록 하고 건전성 지표에 대한 모니터링도 보다 철저히 하기로 했다. 여신심사를 철저히 하면 은행들이 무분별한 외형 확장에 나서기 어렵다.
이 관계자는 “은행들이 외형 확대에 나서게 되면 신용도가 떨어지는 기업에 대출을 해 주거나 금리를 낮춰주는 등 무리한 영업을 하게 된다”며 “은행들은 월별로 경영실적을 보고하기 때문에 이를 분석해 외형 확대 조짐이 있는 은행에 대해서는 감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은행이 외형 확장에 나서게 되면 자산은 크게 늘어나는 반면 수익성이나 건전성 지표는 하락하게 된다.
독자들의 PICK!
◇LTV·DTI의 추억? 실효성 ‘의문’=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얼마나 시중 유동성을 억제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유동성을 흡수하는 가장 빠른 방법인 금리나 지급준비율 인상과 같은 강제 수단이 빠져 있다. 경기가 계속 나빠지고 있어 금리 인상 카드는 꺼내기 힘든 상황이다.
민간경제연구소 한 관계자는 “유동성을 잡기 위해서는 금리를 올리거나 지급준비율 인상 등의 방식이 가장 효과적”이라며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 유동성을 줄여보겠다는 발상 자체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은행들의 반응 역시 회의적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대기업에 대한 대출이 늘어났고 은행이 외형확장에 주력해 온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과거처럼 무분별하게 대출에 나서는 것이 아니어서 여신심사를 강화한다고 해서 대출이 크게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금 사용처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것 역시 효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시설자금 대출은 사용처가 명확한 반면 운전자금은 용도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용도외 사용 여부를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운전자금은 직원들 월급부터 사무용품 구입비까지 용도가 워낙 많다”며 “운전자금으로 대출받았다면 자금이 어디에 쓰였는지 확인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과거 부동산담보대출을 담보인정비율(LTV)이나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감독규제로 효과를 거둔 적이 있지만 실수요자들에게까지 피해가 돌아가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
이번 M&A 대출 억제 방식 역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 M&A 지연으로 기업활동이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여신심사를 강화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떨어지는 중소기업 대출이 가장 먼저 영향을 받게 된다. 가장 자금이 필요한 중소기업부터 ‘돈줄’이 마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