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7월28일(13:54) 머니투데이가 만든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적자 국채'라는 단어에서 긍정적인 의미를 읽어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적자라는 말도 그렇거니와 채권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그 묘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대부분 공감하는 바다.
IMF 외환위기를 겪어 이미 적자와 채권이라는 것에 소스라쳐본 기억이 있는 경제 주체들이라면 더욱 더 꺼려지는 단어일 것이다. 매해 예산을 짜는 시즌이 되면 "올해 적자국채는 얼마"라고 각 언론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적자국채는 말 그대로 나라의 '빚'이다. 모자란 재정을 채권을 찍어 국민들 혹은 투자자들에게 돈을 빌리는 것이다. 올해도 우리나라는 7조4000억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한다. 그런데 생각해볼 게 있다. 적자 국채의 가치 판단은 뒤로 하고서라도 적자 국채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다.
정부가 매월 계획을 짜서 국고채를 발행할 때 투자자들에게 줘야하는 금리, 즉 수익률은 우리나라 전체 금융시장의 기본이 돼주고 있다. 단기시장에서는 콜금리와 CD 금리가 대표적인 지표금리로서 역할을 한다면 국고채 금리는 3년 이상 5년, 10년 장기 금리를 대변해준다.
국채 금리가 장기 지표금리로서 확고해지면서 이를 통해 향후 성장률과 물가 예측을 어느 정도 가늠케 해준다. 또 각종 경제지표에 즉각 반응하면서 현재의 경제 상황을 나타내 주기도 한다. 물론 투자자들에게 위험도가 가장 낮은 채권으로서 포트폴리오 1순위이기도 하다.
과거 회사채 수익률이 이 역할을 하고 있었지만 유동성의 부족과 기업의 크레딧 리스크 등으로 사실상 지표로서의 의미가 퇴색됐던 것에 비하면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회사채 뿐 아니라 대부분 채권의 수익률과 국고채 수익률과의 차이, 즉 크레딧 스프레드로 그 채권의 위험도를 측정하고 있는 정도다.
국채 금리가 지표금리로서 역할을 하게 되면서 이로 인해 파생금융 시장도 성장하고 있다. 국채 선물 시장, 국채를 담보로 한 RP(환매조건부채권) 시장, 구조화 채권 등 국채를 기본으로 한 선진 금융 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변동금리부 국채 역시 정부가 스왑시장에 참여하면서 시장 성숙을 도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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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컬하게도 달러 약세를 부추긴 미국의 재정적자, 이로 인한 대규모 국채 발행이 고도의 금융기법이 통용되는 미국의 월가를 발전시키는 바탕이 돼 줬다는 분석도 있다.
물론 1경원에 달하는 일본의 국채는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과다한 국채 발행으로 이자 주기도 급급한 정부가 된 셈이다. 경기가 좋아지면서 물가가 올라도 일본은행(BOJ)은 금리를 파격적으로 올리지 못할 것이라는 근거도 같은 선상에서 나온다. 0.25%만 올려도 적자 국채 이자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 혈액 속에는 콜레스테롤이 있다. 이 콜레스테롤은 세포막에 중요한 성분이며 생체 내에서 이것으로부터 비타민 D와 성호르몬 등이 합성된다고 한다. 하지만 과도하면 혈관에 들러붙어 고혈압과 동맥경화증을 유발시킨다.
'과유불급(過猶不及)'하지 않게 적절히 피 속에 함유돼 우리 몸의 활력을 주는 것이다. 과도하면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지만 적당히 있으면 금융시장의 활력을 불어넣어줄 수 있는 적자 국채. 콜레스테롤과 비슷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