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저작권법의 '딜레마'

[기자수첩]저작권법의 '딜레마'

정현수 기자
2008.10.20 09:14

"마약을 싣고 가는 차량을 단속하지 못했다고 고속도로를 폐쇄해야 합니까?"

논란이 되고 있는 저작권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열린 토론회. 비약일 수 있지만 저작권법이 담고 있는 딜레마를 그대로 보여준 표현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7월 온라인 불법 복제물에 대한 포털업체의 책임을 강조한 저작권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포털업체들은 스스로 불법 복제물을 차단할 의무를 가지게 된다.

이를 어기면 최대 1년간 사이트를 폐쇄당할 수 있다. 당연히 포털업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촛불정국'으로 불거진 정치적 의도가 묻어 있는데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만난 포털업체 실무자도 비슷한 고민을 털어놨다. 그는 "개정안대로 법이 통과될 경우 저작권 침해 여부를 실무자들이 직접 판단해야 한다"며 "책임을 져야 하는 실무자는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저작권 침해 여부와 관련해 포털업체들은 지금까지 방통심의위원회에 최종 판단을 맡겨왔다.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게시물을 일단 임시조치(브라인드 처리)한 뒤 30일의 유예기간을 거쳐 방통심의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최종 삭제 여부를 결정해왔다. 그러나 개정안대로 저작권법이 정착될 경우 저작권자의 이의제기가 없더라도 포털업체들은 '알아서' 게시물을 처리해야 한다.

이럴 경우 포털업체들은 면피성 행보를 보일 수밖에 없다.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사이트 폐쇄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게시글을 과도하게 처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불법 게시물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저작권자의 권리도 물론 소중하다. 그러나 빈대를 잡을려고 초가 삼간을 태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마약을 근절시키려고 고속도로를 폐쇄했을 때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일반 사용자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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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경제부 정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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