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월가 밀월 이대로 끝?

오바마-월가 밀월 이대로 끝?

홍혜영 기자
2009.02.11 17:01

오바마 첫 금융구제안, 월가 반응 '냉랭'…"겨우 이럴려고…"

오바마 미 행정부의 첫 야심작에 대한 월가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사진)이 10일(현지시간) '금융안정계획'을 발표했지만 뉴욕 증시는 급락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382포인트(4.6%) 주저앉으며 8000선 아래로 떨어졌다.

한 때 오바마 대통령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던 월가다.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을 전후해 월가의 '도덕적 해이'를 강력 비난했지만 금융위기의 온상이라는 '원죄'를 지닌 만큼 향후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 하나로 그에 대한 믿음을 져버리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채찍만 들었던 오바마 정부였기에 '당근(구제안)'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컸는지도 모른다. 시장 전문가들은 "구제안에 '구체성'이 결여 돼 있다"고 지적했고 투자자들은 주식을 대거 내다 팔아치웠다.

오바마를 향한 월가의 냉랭한 기운은 지난주부터 감지됐다. 오바마 대통령이 "구제금융을 받은 월가가 수백억 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한 것은 무책임의 극치"라면서 임원들의 연봉을 50만달러로 제한하자 볼멘 소리들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대통령의 연봉 규제를 규탄하는 광고가 게재되는가 하면 골드만삭스는 정부 지원금을 빨리 갚겠다고 맞받았다. 이유를 노골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생리적으로 '규제, 간섭'을 싫어하는 월가의 거부 반응이 나타난 것이다. 일각에서는 '오바마와 월가간의 짧은 허니문은 끝났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발표된 금융안정계획에 대한 월가의 반응도 냉소 일색이다. 대부분 "(정부안이) 식상하고 구체적이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콜로라도캐피탈은행의 데이비드 트위벨 자산관리 대표는 CNBC와 인터뷰에서 "부양안에 정말 실망했다"며 "당장 실행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고 말했다. 자산의 가치를 어떻게 매길지, 부실 자산을 누가 사들일 지에 대한 언급이 빠졌다는 것이다.

아틀란티스자산운용의 마이클 콘 수석전략가도 "중소기업 지원안을 뺀 나머지는 누구나 알던 내용"이라며 "그들(재무부와 금융당국)이 뭘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시장의 요구는 무시한 채 규모만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월가의 '스트레스'가 오래 가진 않을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이날 증시 급락에 대한 한 가지 핑곗거리를 찾자면 '재료 노출에 따른 단순한 하락'이라는 것이다.

지난주 구제안에 대한 기대감으로 미 증시는 오름세를 보였다. 실제 구제안이 공개되자 시장은 다시 하락했다. '루머에 사고 뉴스에 팔아라'는 말이 들어 맞은 셈이다.

콘 전략가는 "다우지수가 7900, 7850으로 후퇴하면 매수세가 돌아올 것"이라며 "(오늘 하락은)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시장에 자금이 유입되는 데 시간이 더 걸릴 것이란 게 문제다. 인터랙티브 브로커스의 앤들 윌킨슨 전략가는 "가이트너 장관 발언에 실망한 투자자들은 앞으로 더 거친 시기가 닥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틈 벌어진 오바마 대통령과 월가간의 간극을 메울 소재가 당분간 없다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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