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코스피 너무 비싸졌나?

[내일의전략]코스피 너무 비싸졌나?

김진형 기자
2009.04.03 16:18

"PER 12.9배 비싸"vs"실적 반영시 상쇄"

코스피지수가 1300선에 근접하면서 밸류에이션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주식이 싼지, 비싼지에 대한 갑론을박이다. 지금의 주식이 비싸다면 유동성의 증시 이동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앞으로 증시 움직임을 예측하는데 있어 중요한 지표가 된다.

현재 주가가 비싸다는 쪽은 주가가 오를수록 부담은 더욱 커져 상승세가 꺾일 것으로 예상하는 반면 비싸지 않다고 보는 쪽은 1분기 실적이 발표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지금의 밸류에이션이 정당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비싸든 싸든 증시 랠리가 당분간 더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는 별다른 이견을 보이지 않는다.

↑ 최근 90거래일 코스피 주가 추이.
↑ 최근 90거래일 코스피 주가 추이.

주가의 고평가 여부를 판단하는 가장 일반적인 지표는 주가수익배율(PER), 주가순자산배율(PBR)이다. PER은 수익 창출 능력 대비 현재의 주가를, PBR은 순자산가치 대비 현재의 주가를 각각 평가하는 지표이다.

올 예상순익 기준으로 1280선 코스피의 PER은 12.9배에 달한다. 2000년 이후 최고 높은 수준이다. 코스피지수가 2000포인트에 달했던 당시의 PER이 12.5배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고평가 논란이 나올만한 수준이다. 다만 PBR은 1.16배로 1배를 약간 넘는 수준이어서 부담스러운 정도는 아니다.

모간스탠리는 3일 한국 증시의 PER이 너무 높아 아시아 지역의 경쟁국들에 비해 프리미엄을 받고 있고 PBR도 역사적 평균치에 근접해 '비싸다'고 지적했다. 모간스탠리는 이 때문에 글로벌 증시의 랠리에 따라 한국 증시의 랠리가 연장될 수는 있겠지만 역사적 고점 수준인 PER 때문에 경쟁국 대비 덜 매력적이라고 지적했다.

크레디리요네(CLSA)도 한국 시장이 아시아 증시에서 홍콩에 이어 두번째로 비싼 시장이 됐다며 고평가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코스피지수가 1400선에 가기 전에 1000선을 볼 가능성이 더 높다고 주장했다.

국내 증권사들 중에서도 우리 증시의 밸류에이션에 대한 부담을 지적하는 곳이 적지 않다. 한국투자증권은 "코스피지수의 PER은 13배 수준으로 한국투자증권 유니버스 기준으로 2000년대 이후 최고 수준에 있다"며 "PBR도 평균 이상으로 부담스럽다고는 할 수 없지만 싸지는 않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박소연 연구원은 "PER, PBR이 고평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지만 주가는 언제든지 이를 하회 또는 상회할 수 있다"고 전제하고 "미국 주택가격 상승과 한국 경기선행지수 상승세 전환이라는 두가지 요인 중 하나만 불안해지면 밸류에이션 우려와 함께 빠르게 무너질 수 있는 장세"라고 강조했다.

반면 반대 입장에 있는 전문가들의 입장은 다르다. PER 기준 코스피지수가 비싸다는 주장에는 동감하지만 PER 산정의 기준이 되는 실적 추정의 추이를 살펴봐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해말부터 기업들에 대한 실적 추정치 하향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주가와 밸류에이션간의 차이가 크게 벌어진 상태라는 것. 하지만 최근 들어 애널리스트들의 기업 실적 추정치가 상향 조정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면 점차 지금의 밸류에이션이 정당화돼 갈 것이라는 주장이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애널리스트들이 기업들의 실적을 너무 나쁘게 추정했다가 최근 들어 상향조정하고 있다"며 "1분기 실적 발표가 나오고 향후 실적 추정치에 대한 조정이 이뤄지면 밸류에이션은 정상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업들의 실적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고 향후 실적 추정도 상향된다면 주가의 선행성을 감안할 경우 지금의 주가가 설명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특히 환율 효과 등으로 시가총액이 큰 대형주 중심으로 실적이 좋아질 가능성이 커 전체 코스피지수의 밸류에이션 정상화도 빠르게 이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예 PER을 산정하는 기준 자체를 다르게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원선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과 같이 대형 적자기업이 시장 전체 이익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과거의 벨류에이션 방법을 그대로 적용하면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며 "밸류에이션 왜곡을 막기 위해 적자기업을 제외하고 PER을 계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한국 시장의 PER은 11.1배 수준으로 이는 2005년 이후 가장 낮다고 그는 지적하고 "적자기업 때문에 더 비싸 보이는 밸류에이션 부담을 지나치게 의식할 경우 좋은 모멘텀을 놓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지금같은 시기는 밸류에이션 잣대를 들이대기가 애매한 때"라고 전제하고 "불확실한 경제 상황 속에서 올해 기업실적을 어떻게 추정할 것이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생길 수 있다"며 "기업들의 실적 발표를 지켜봐야 고평가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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