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프로그램 매수차익 잔고가 엉터리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이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수조원을 허수로 추정하고 경험치에 의존해 매수차익 잔고를 가늠하고 있는데요.
이런 문제가 제기된 지 몇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이 제도는 고쳐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대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일부 파생상품 전문가들은 6월 초 현재 남아 있는 매수차익 잔고가 바닥을 드러냈다고 말합니다. 매수차익 잔고가 6조원 넘게 남아있지만 이 가운데 상당수가 허수라는 것입니다.
매수차익 잔고는 프로그램 매매를 하는 기관을 대상으로 매일 장이 끝난 뒤 거래소가 보고를 받는 형식이기 때문에, 보고된 내용과 기관이 실제로 차익거래를 한 금액이 달라지면 오차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더 큰 문제는 오랜 시간 누적된 오차이기 때문에 정확히 얼마가 허수인지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녹취]
증권 전문가 (음성변조) :
허수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고요. 그 규모가 얼마라는 것은 제가 보기에 잘못된 표현 같습니다. 왜냐면 기준을 잡을 수 있는 것이 없으니까요.
매수차익 잔고에 허수가 많다는 것은 이미 증권가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인데도 한국거래소는 지난 4월에서야 연구용역을 의뢰했습니다.
[전화 인터뷰]
지천삼 한국거래소 주식매매제도 팀장 :
거래소에서는 외부 기관에 연구용역을 의뢰한 상태고요. 그 연구결과에 따라서 프로그램 차익잔고 공시제도의 개선 여부를 진행해 나갈 예정입니다.
한국거래소가 매수차익 잔고의 허수를 바로잡으려면 그동안의 집계 방식이 잘못됐다는 것을 스스로가 인정해야 하는데 이는 거래소 신뢰도에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또 매수차익 잔고를 투명하게 하려면 각 기관의 차익거래 계좌를 모두 공개해야 하는데 이는 곧 고객의 계좌가 드러나는 것이여서 기관들이 꺼립니다.
[녹취]
증권전문가 (음성변조) :
고쳐야 하는 건 사실이죠. 맞습니다. 고쳐야 되는 거에요. 그런데 누가 나가서 이야기하려고 할까요. 저도 익명을 요구합니다.
궁여지책으로 매수차익 잔고의 집계를 아예 없애자는 제안까지 나왔지만 기관 은 그거라도 있어야 투자 판단 자료로 참고할 수 있다며 극구 말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독자들의 PICK!
매수차익 잔고의 허수 문제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여전히 팔짱을 끼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프로그램 차익잔고의 집계는 법적 공시가 아닌 서비스 공시 개념이기 때문에 금감원이 나설 성격인지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매수차익 잔고는 2년 사이에 네 배 넘게 늘어나 최대 9조 5000억원에 이르기도 했습니다. 이 가운데 5조~6조원은 '경험상의 허수'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한국거래소와 감독당국, 그리고 증권업계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매수차익 잔고에는 오늘도 허수가 쌓이고 있습니다.
MTN 이대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