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돈 내고 소주 마시면 바보(?)"

"부산에서 돈 내고 소주 마시면 바보(?)"

원종태 기자
2009.06.29 08:11

'공짜 소주' 마케팅 경쟁 치열.."100만병 더 팔았다"는 업체도 나와

요즘 서면 등 부산 번화가 술집에서는 희안한 광경이 자주 목격된다. 정장을 빼 입은 남자가 술집에 들어서자마자 냉장고로 달려가 20∼30병의 소주를 한꺼번에 꺼낸 뒤 병 마개를 따서 테이블에 1병씩 돌린다.

손님들이 술을 마실지 안 마실지 묻지도 않는다. 무조건 병 따개를 딴 뒤 테이블에 올려놓고 술값을 치르고 떠난다. 소주업체 영업사원들이 자사 소주를 홍보하기 위해 벌이는 속칭 '대납' 마케팅이다.

'1+1' 행사는 1병을 주문해야 1병을 공짜로 주지만 대납은 시키지도 않은 술을 공짜로 돌리기 때문에 그만큼 손님들에게 강한 인상을 준다. 부산을 연고로 한 대선주조와 경남 마산이 연고인 무학의 소주 경쟁에 지난 4월 이후 롯데주류BG와 진로까지 가세하며 벌어진 일이다.

이 같은 대납이나 1+1 마케팅은 부산 소주시장 판도에도 이상 징후를 연출하고 있다. 특정업체 소주 판매량이 전달대비 100% 이상 증가하는 등 상식을 깨는 판매량 폭증이 나타난 것.

대한주류공업협회 최근 통계에 따르면 무학은 지난 5월 부산지역 유흥용 소주 판매량이 212만 병으로 이전 평균치를 100% 이상 초과했다. 유흥용이란 할인매장이나 슈퍼 등에서 파는 가정용을 제외한 모든 소주 판매를 뜻한다. 올 들어 4월까지 무학은 부산에서 유흥용으로 월 평균 94만병 정도를 팔았다.

그러나 5월에는 유흥용 판매량이 212만병으로 이전보다 100만병 이상 늘었다. 무학 관계자는 "지난 3월 출시한 신제품 좋다카이와 좋은데이 등이 젊은 층에게 인기를 끌고 있고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쳐 판매량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경쟁업계들은 그러나 이 같은 판매량이 '지나친 부풀리기'라고 지적한다. 아무리 대납과 1+1 행사를 많이 해도 술 마시는 인구 자체가 늘지 않으면 이 같은 폭증은 불가능하다는 것.

주류업계 관계자는 "부산에서 대납과 1+1 등 마케팅 경쟁으로 증가한 소주 판매량은 4개사를 합쳐 월 80만병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며 "무학 혼자서 한 달 만에 100만 병을 더 팔았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경쟁업체들은 "무학이 판매량을 부풀려 부산지역에서 큰 인기를 얻어 시장점유율이 급증한 것처럼 행세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대한주류공업협회에 제출하는 판매량은 업계에서 자발적으로 제출하는 것으로 수치가 틀렸다고 해도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부산 소주시장의 과열 경쟁은 결국 소주 업체에게 부메랑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과도한 마케팅 비용은 고스란히 판매관리비 증가로 이어져 수익성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부산 대전'으로 불리는 소주 경쟁이 업체들의 2/4분기 실적에 어떤 영향을 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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