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사무라이 본드 발행 이어 기업銀 신디케이트론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얼어붙었던 엔화자금시장에 해빙 기운이 퍼지고 있다. 이달초 산업은행이 리먼 사태 후 국내기관으로 처음 사무라이본드(엔화표시채권)를 발행한 데 이어 기업은행이 신디케이트론으로 엔화를 들여왔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167억엔(1억8400만달러)을 신디케이트론으로 차입했다. 만기1년으로 금리는 엔리보(런던은행간금리)에 1.3% 포인트 가산금리를 더한 수준이다.
주간사는 미쓰비시도쿄UFJ은행이 맡았고 일본, 대만, 홍콩 등 아시아계 투자자가 신디케이트론에 참여했다. 이번에 조달된 엔화자금은 차입금상환이나 중소기업의 수출입금융 지원에 활용된다. 기은은 상황에 따라 사무라이본드 발행도 검토 중이다.
앞서 산은은 300억엔 규모의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했다. 난관은 많았다. 당초 산은은 7월중 발행을 계획했지만 금융시장에 남아있는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발목을 잡았다.
특히 트리플에이(AAA) 등급채권이 아니면 거들떠도 안 봤던 일본투자자의 보수적 성향도 한몫했다. 발행여건은 나빴지만 산은은 계속 공을 들였고 결국 발행에 성공했다. A등급으로선 이례적인 일이었다. 금리는 엔화스와프금리에 1.9~2.1% 포인트를 더한 수준.
산은은 지난 11일 일본 정책금융기관인 일본국제협력은행(JBIC)에서 200억엔을 차입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국내기업이 일본자본재의 수입결제자금으로 활용하도록 한 것이다.
다른 시중은행들은 국책은행의 사무라이본드 발행 여부를 관심 있게 지켜봤다. 발행이 까다로운 엔화시장에서 국내금융기관이 물꼬를 튼다면 다른 시중은행에서도 발행 계획을 타진해볼 수 있어서다.
시중은행들은 엔화시장에 나가는 국내 금융기관이 하나둘씩 늘면서 엔화조달도 차츰 활기를 띨 거라고 예상했다. 한 은행관계자는 "시중은행 한 두 곳에서 현재 발행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도 "당장 한 두 달 안에 엔화를 조달할 계획은 없다"면서도 "사무라이 시장은 지난해부터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었고 시장상황을 봐가면서 필요하다면 구체적으로 검토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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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일본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기까진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박성호 기은 자금부 팀장은 "엔화 익스포저가 많기 때문에 사무라이본드 발행을 검토하고 있지만 엔화자금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렸다고 하긴 이르다"며 "적어도 4분기가 돼야 A등급 채권도 발행을 시도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