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권사는 (펀드를) 팔겠다고 하는데, 은행에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솔직히 어떻게 대처해야할 지 난감 합니다".
내년 1월 말 시행되는 '펀드 판매사 이동제'와 관련해 한 자산운용사 임원의 걱정 섞인 얘기다.
판매사와 철저히 갑을 관계에 놓여있던 자산운용사에 입장에선 '펀드 판매사 이동제'는 조금이나마 힘을 실어주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막상 시행을 앞두고 은행과 증권사간의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자산운용사의 처지가 더욱 난처해 졌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문제는 각 은행에서 판매하는 단독펀드다. 현재 단독펀드는 전체 공모펀드 설정금액의 4분의 1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은행 입장에선 현행법상 다른 판매사에선 판매할 수 없고 투자자가 해약하지만 않는다면 해마다 보수까지 취할 수 있다 보니 효자상품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펀드 판매사 이동제'가 실시되면 단독펀드 역시 더 이상 해당 은행의 전유물이 되지 못한다. '펀드 판매사 이동제'는 펀드 가입 후 언제든지 판매사를 옮길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따라서 투자자가 원하고 자사운용사의 동의만 얻는다면 타 금융기관도 단독펀드 판매가 가능해 지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제도 시행을 앞두고 일찌감치 상품 라인업을 새롭게 정비하면서 단독펀드도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 상황이 급박히 돌아가자 은행들은 단독펀드 개발 및 운용을 담당하는 운용사들에 대한 단도리에 나서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직접적으로 타 금융기관의 (판매) 요구에 동의하지 말라고 하지는 않지만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것은 사실"이라며 "아직은 은행의 눈치를 봐야 하는 운용사 입장에선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꼴"이라고 토로했다.
업계는 펀드 판매사 이동제가 실시되면 은행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막대한 거점을 이용해 가장 많은 펀드고객을 유치하고 있지만 서비스에선 그다지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펀드 불안전 판매가 논란이 될 때마다 그 중심에 은행이 있었던 점도 이를 방증한다.
제도 시행에 대비해 선제적 대응에 나서고 있는 증권사와 달리 은행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동안 질 낮은 서비스로 펀드 투자자들로부터 원성을 들어온 은행은 운용사에 대한 무언의 압력보단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노력에 힘써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