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조 시장 '랩어카운트', 금융시장을 바꾼다

30조 시장 '랩어카운트', 금융시장을 바꾼다

박성희 기자
2010.06.16 15:40

-자문사 덩치 커지고 증시서 개인 가장한 기관 입김 세지고

-은행 진출시 업계 경쟁 치열해 질 것

맞춤형 종합자산관리 서비스인 랩어카운트로 돈이 몰리면서 금융시장 판도가 달라지고 있다. 과거 위험한 비제도권으로 여겨지던 자문사의 운용자산 규모가 운용사를 위협할 수준으로 늘고 있다.

관련 법 개정으로 앞으로 은행도 랩 상품 판매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여 펀드 환매 바람 이후 고객 돈을 잡기 위한 금융업계 간 경쟁도 치열할 전망이다.

◇랩 시장 30조원대 급성장=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현재 랩 상품 계약자산은 21조9280억원으로 전년동기 13조3160억원에서 64.7% 급증했다.

업계에선 지난 4월 말 랩 계약자산 규모는 27조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달 새 5조원이 증가하면서 6월 현재 랩 시장은 30조원을 돌파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랩어카운트는 증권사가 자체 시장분석이나 투자자문사 자문을 기초로 주식이나 펀드, 파생상품 등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일대일 맞춤식 자산관리 서비스다. 금융위기 이후 자산관리 중요성이 부각되고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지난 해 말까지 10조원 안팎에 불과했던 랩 자산규모는 1년 여 사이에 3배로 급증했다.

특히 증권사 자체적으로 자산을 관리하던 일임형에서 투자자문사의 자문을 바탕으로 한 자문형 랩이 인기를 끌면서 국내 자문사의 운용자산 규모는 3월 말 현재 14조8000억원으로 전년대비 17.5% 증가했다. 펀드 환매 열풍 속에 같은 기간 국내 자산운용사의 운용 규모가 42조7000억원(11%)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은행권도 속속 진입 태세=그동안 증권사가 주름잡던 랩 시장에 은행도 뛰어들 수 있게 되면서 업계 내 치열한 경쟁 속에 시장 규모는 더 빠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랩 상품은 그동안 금융위원회에서 투자일임업을 등록한 증권사와 인가를 받은 보험회사만 취급이 가능했으나 지난 달 은행법 개정으로 은행도 투자일임업 겸영이 가능하게 됐다. 오는 11월 18일 시행령이 개정되면 펀드 판매 감소로 고심하던 은행이 안정적인 수익원 다각화 차원에서 랩 판매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투자자 보호는 미흡=랩과 관련해 투자자 보호는 미비해 관련 규정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승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 참여로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상품이 다양해지면 투자자는 펀드와 랩 상품을 구별하기 어렵거나 업계가 성과를 높이기 위해 위험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랩의 복잡한 구조 및 수수료 체계 등으로 랩 본연의 목적과 달리 투자자의 의견이 제한돼 펀드처럼 운용사 마음대로 일괄 운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우려를 반영해 일부 증권사에서는 최소 투자금액을 낮추거나 소액 투자자를 위한 적립식 랩어카운트를 내놓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펀드는 자본시장법 아래 투자자 보호장치가 마련된 반면 투자일임형인 랩은 맞춤계약 상품이어서 운용상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며 "감독당국의 철저한 감독 및 관련 규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랩 때문에 개인 부각=랩 계좌로 돈이 몰리면서 증시에선 개인이 대형주를 대거 사들이는 이변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5월부터 이달 15일까지 코스피시장에서 개인은 3조7431억원을 순매수해 6조1133억원의 외국인 매도 물량을 소화하는 데 일조했다. 특히 개인 매수 상위종목으로LG전자(132,800원 ▲6,200 +4.9%)(9760억원)와하이닉스(1,223,000원 ▼1,000 -0.08%)(9139억원),삼성전자(217,500원 ▼1,500 -0.68%)(5645억원),포스코(418,500원 ▼3,000 -0.71%)(3502억원),LG디스플레이(15,480원 ▲710 +4.81%)(3226억원) 등 대형주가 대거 포진했다.

이는 자문사의 매니저들이 선호하는 종목들로, 실제 '기관'이 매수 주문을 내는 것이지만 개인의 랩 계좌로 이뤄지기 때문에 개인 매수로 잡혔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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