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용 자금 160억 불과...공모 '비상'
더벨|이 기사는 08월05일(10:37) 머니투데이가 만든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에 투자하는 펀드의 자금이 말라붙었다. SPAC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큰 손' 역할을 하고 있는 펀드의 실탄이 소진되며 8월 공모를 앞두고 있는 각 SPAC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현재 국내 시장에는 총 22개의 SPAC 펀드가 설정돼 있다. 공모 2곳, 사모 20곳으로 총 861억원 규모다. 대부분 SPAC 주식에 투자하며 수익률 방어를 위해 일부 채권을 편입하는 주식혼합형 펀드다. 동부자산운용이 12개, KTB자산운용이 8개, 유진자산운용이 2개를 운용하고 있다.
이 중 이미 SPAC에 투입된 자금은 623억원. 채권도 92억7700만원 어치가 편입됐다. 5일 현재 SPAC 펀드가 공모 등에 참여할 수 있는 가용 자금은 160억원에 불과하다. 전체 설정액의 18% 수준이다.
8월 공모를 앞둔 SPAC들의 평균 규모가 200억~250억원이고 총 모집액이 1700억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1~2곳의 공모에도 제대로 참여하기 힘든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 2~3일 수요예측을 실시한 하나 그린 SPAC은 최근 IPO 시장의 분위기가 나쁘지 않음에도 수요예측 실패로 공모를 접어야 했다.
신규 자금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고 있는 점이 문제다. 22개 펀드 중 2~4월 사이 설정된 펀드가 18곳이다. SPAC이 한창 인기몰이를 하며 상승세를 타던 시기다. 이 시기 펀드에 쏟아져 들어온 자금이 822억원으로 전체 SPAC 펀드 자금의 94%를 차지한다.
7월 이후 SPAC 펀드에 신규 유입된 자금은 39억원에 불과하다. 동부자산운용이 지난 7월 초 야심차게 출범시킨 첫 공모 SPAC 펀드엔 지난 한 달간 고작 8억원이 들어왔다. 현재 공모 SPAC 펀드 전체 설정액은 10억원으로 사모 펀드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개성 없는 SPAC들이 양산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현재까지 설립이 완료된 SPAC 18곳 중 13곳의 공모 규모가 200억~250억원으로 고만고만한 수준이다. 합병 대상 업종도 IT·녹색산업 등으로 천편일률적이다.
한 SPAC 관계자는 "새로운 투자 상품이라는 참신함이 떨어진데다 기 상장 SPAC의 주가가 정체를 보이며 투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투자자가 늘어난 것 같다"며 "아직 여물지도 않은 시장에 너무 많은 SPAC이 쏟아져 들어와 과잉 공급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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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 펀드는 SPAC의 IPO 공모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최근 SPAC 공모에 참여하는 기관투자가의 수는 10여곳 안팎. 이 중 SPAC 펀드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저축은행이나 캐피탈 같은 티어(Tier) 2~3급 투자자다.
장기 우량 투자자는 포트폴리오 구성 차원에서 주로 SPAC 펀드를 통해 공모에 참여한다. 때문에 SPAC 펀드 자금 고갈은 향후 SPAC 공모는 물론 향후 운영 및 합병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 SPAC 실무자들의 고민이다. 소매(리테일)에 강점이 있는 한 중소형 증권사의 SPAC이 배정비율을 역전시켜 개인 80% 기관 20%으로 공모를 진행할 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정도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업계에서는 다른 SPAC이 실패해야 내 SPAC에 자금이 돌아온다는 심리까지 나타나고 있다"며 "이달 중 공모를 예정하고 있는 SPAC 중 상당수가 자금 모집에 실패하지 않을까 우려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