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할머니도 ELW" 뜨거운 투자열기

"할아버지 할머니도 ELW" 뜨거운 투자열기

박성희 기자
2010.09.17 16:29

[ELW 투자열기 진단]반년째 매달 개근하는 60대도

"행사가 200, 조기종료 발생가 210, 전환비율 50, 조기종료 평가기간 중 코스피200지수 최저가 208입니다. 이 코스피200조기종료 콜 워런트의 잔존가치 지급액은 얼마일까요?"

제법 선선한 가을 바람이 불던 지난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사학연금회관 2층. 40명의 투자자들이 머리를 숙이고 열심히 계산하려는 찰나, 한쪽 구석에 앉아있던 중년 여성이 살포시 손을 들었다. "400원이요"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도이치증권 KOBA 실전 투자 세미나'(사진 :도이치증권)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도이치증권 KOBA 실전 투자 세미나'(사진 :도이치증권)

이날 도이치증권이 연 '코바 실전 투자 세미나'에는 주식워런트증권(ELW) 투자를 갓 시작했다는 대학생에서부터 돋보기를 쓴 중년 여성까지 조기종료ELW(코바 워런트)를 공부하기 위해 '남녀노소'가 모였다. 참가 등록을 미처 하지 못한 10여 명은 강의가 시작되기 1시간 전부터 줄을 서 기다리기도 했다.

참석자의 열의만큼이나 세미나 내내 열띤 질문과 토론이 이어졌다. "주식 계좌로 어떻게 ELW 거래를 시작할 수 있나"라는 기초 질문에서부터 "유동성공급자(LP)는 어떻게 헤지를 해서 돈을 버냐"라는 궁금증까지 참석자의 질문은 실로 다양하고 구체적이었다.

윤혜경 도이치증권 이사는 "참석자 가운데 한 명을 제외하곤 모두 ELW 투자 경험이 있어서 코바 워런트에 대한 이해도 높았고 무척 진지했다"며 "불과 1년 전만 해도 주식 투자 한 번 해 보지 않은 투자자가 수백 퍼센트 이익이 나는 ELW를 찍어달라고 했던 것과는 큰 차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2시 한국투자증권에서도 30명의 투자자들이 3시간동안 ELW 실전 투자 전략에 귀를 기울였다. 한국투자증권은 매월 두 차례에 걸쳐 ELW 투자 입문편과 실전편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세미나를 진행하는 김나이 한국투자증권 DS부 마케팅팀장은 "오후 2~5시에 이뤄지는 강의 특성상 나이 지긋한 중년 이상의 투자자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은 가정주부와 대학생 등으로 관심 연령층이 넓어졌다"며 "심지어 근무 도중 잠시 '짬'을 내 투자 궁금증을 해소하러 오는 회사원도 있다"고 귀띔했다.

지난 4월부터 한 번도 빼먹지 않고 '개근'중인 60대 남성도 있다. 가장 앞자리에 앉아 3시간 꼬박 들으면서 메모도 잊지 않는 열혈 투자자다.

국내 ELW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증권사들의 투자자 교육도 성황이다. 특히 코바 워런트가 도입된 이후 신상품을 공부하려는 투자자들의 열의가 뜨겁다.

국내 ELW가 상장된 건 지난 2005년 12월. 34개 종목이 거래되며 시작된 ELW는 4년 반만에 일평균 거래대금 1조원을 돌파하며 홍콩에 이어 세계 2위 시장으로 급부상했다. 지난 8월 16일 ELW 거래대금은 2조4600억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국내 ELW 시장의 3년 연평균 성장세는 67%. 약 2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독일 워런트시장은 지난 해 제쳤고 이런 속도라면 홍콩 시장을 잡고 세계 1위로 등극하는 건 시간 문제라는 전망이다.

손실 위험도 크고 결코 이해하기 쉽지 않은 장내파생상품인 ELW가 국내에서 이토록 빠르게 성장한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한국인의 화끈한 투자 성향과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보급이 맞물린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이혜나 노무라금융투자 아시아 워런트 마케팅 담당 상무는 "홍콩 투자자들의 절반 이상은 여전히 증권사 객장이나 전화를 통해 주문을 넣고 있다"며 "세계 어느 시장을 봐도 한국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처럼 빠르고 간편한 인터넷 주문 시스템을 갖춘 곳은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ELW는 레버리지와 높은 변동성으로 가격이 빠르게 움직이고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품이다. 1500만원의 초기 투자금이 필요한 선물 옵션과 달리 500원 안팎의 ELW를 통해 수천 퍼센트의 이익을 낼 수 있으니 단기간 고수익을 선호하는 국내 투자자에겐 '매력적'으로 보일 수 밖에 없다.

지난 8월 24일 열린 한국거래소 주최 '코바 워런트 도입 세미나'(사진:한국거래소)
지난 8월 24일 열린 한국거래소 주최 '코바 워런트 도입 세미나'(사진:한국거래소)

국내 ELW 시장의 양적 성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질적 성장에 대해선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상품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막연히 '대박'을 꿈꾸고 손해를 보는 일반 투자자들과 시장의 교란하는 단타 투자자(스캘퍼)의 놀이터라는 오명이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다.

윤혜경 도이치증권 워런트 마케팅 이사는 "ELW 투자자들 대부분이 만기가 짧고 레버리지 큰 상품만 좋아하다보니 LP도 이런 상품에 보다 적극적으로 호가를 제시하는 경향이 짙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ELW 투자시 '기초자산'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ELW 역시 주식에 연계된 상품이어서 기초자산을 모르면 절대 수익을 얻을 수 없다는 것.

윤 이사는 "세계 1위 홍콩시장을 따라 잡는다고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다"며 "스캘퍼가 키워놓은 시장 거품이 가라앉고 충분한 상품 지식을 지닌 일반 투자자의 비중이 커지면 국내 ELW 시장은 한층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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