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당첨 A씨, 베트남펀드등 8개 펀드 가입 '4.6억 날려'…은행상대 소송
"펀드에 분산투자하시는 게 안전하고 수익성도 좋아요"
지난 2007년 서울에 거주하는 A씨는 로또에 당첨돼 10억여원의 당첨금을 탔다. 돈을 찾으러 은행을 찾은 A씨에게 K은행 직원은 펀드 가입을 권했다.
펀드 분산투자로 안정성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는 말에 A씨는 펀드 가입을 결심했다. 때는 2007년 7월에 이어 코스피 지수가 두번째로 2000을 돌파한 2007년 10월초였다.
당시 A씨는 KB차이나증권자투자신탁(1억9800만원), 미래에셋인사이트펀드(1억5000만원), 한국투자차이나베트남펀드(2개 총 2억9800만원), KB인디아증권자투자신탁(1억9800만원)에 가입했다.
중국이 장기적으로 수출 중심에서 내수중심으로 전환하면서 풍부한 자원과 인구를 기반으로 미국 못지 않은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던 시기였다. 베트남의 성장성 전망도 못지 않았다.
여기에 미래에셋인사이트펀드는 일명 '박현주 펀드'로 불리며 투자자들 사이에 '묻지마 투자열풍'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출시 보름만에 설정액만 4조원을 돌파한 인기펀드를 A씨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이듬해인 2008년 5~6월에도 A씨는 피델리티EMEA증권펀드(1억원), 블랙록월드광업주펀드(9450만원),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펀드(1억5030만원), KB MENA증권자투자신탁(6000만원) 펀드 4개에 추가로 가입했다.
2008년 5~6월 코스피는 1700~1800대로 점차 하락조짐을 나타내고 있었다. 은행 직원의 추천을 믿고 로또당첨금을 펀드에 맡긴 A씨는 몇달후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로 1000포인트 이하로 곤두박질친 코스피와 함께 '반토막' 난 계좌를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1억5000만원을 투자했던 펀드가 1년만에 평가액이 7000여만원으로 줄어들었는가 하면 1억9800만원을 투자했던 KB차이나증권자투자신탁은 1년1개월만에 1억2000만원 가량을 까먹고 평가액이 7400여만원에 불과했던 것.
블랙록 월드광업주펀드나 KB MENA증권자투자신탁 펀드는 가입한지 5~6개월만에 원금의 절반을 훌쩍 뛰어넘는 손실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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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기대를 뒤엎은 펀드 성과에 놀란 나머지 2007년 먼저 가입한 4개 펀드를 1년 내외가 지난 2008년 환매했다. 2008년에 추가로 가입한 4개 펀드는 금융위기가 심화되던 2008년 11월에야 부랴부랴 환매에 나섰다. A씨는 펀드로 약 4억6000만원에 달하는 금액을 손해봤다.
A씨는 올해 3월 결국 펀드투자를 권유한 K은행 직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은행직원이 원금손실 가능성을 충분히 설명해 주지 않았다는 게 원고 A씨측 주장이다.
재판부는 A씨 대신 K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부장판사 황적화)는 27일 "이전에도 2년간 주식투자와 펀드가입 경험이 있고 직원의 설명과정, 계약서 등을 볼 때 해당 직원이 거래에 수반하는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로또당첨금 전액을 우량펀드에 분산투자했음에도 '반토막' 손실을 입은 A씨. 예상치 못하게 닥친 막대한 손실에 '펀드런'에 동참한 A씨가 만약 당시 펀드를 환매하지 않고 지금껏 보유하고 있었다면 얼마만큼의 수익률을 거둘 수 있었을까.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A씨가 현재(27일 기준)까지 이들 펀드를 보유하고 있었을 경우 코스피 2000 돌파에도 불구하고 원금을 회복하고 높은 수익률을 올렸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한국투자차이나베트남펀드는 A씨가 가입한 이후 3년이 지난 현재까지 누적수익률이 -47%에 불과하고 미래에셋인사이트펀드도 -12%에 머물고 있다. 피델리티EMEA펀드도 -17%의 누적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펀드의 경우에는 손실을 만회하고 38~40%의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었다.
서동필 우리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연구원은 "투자자 나름대로 주식 내에서도 국내외 분산투자를 했지만 일시에 거대자금을 펀드에 집중 투자함으로써 리스크를 확대한 측면이 있다"며 "2007~2008년을 타산지석 삼아 현재 펀드투자를 고려하는 투자자들도 투자시기를 분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