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기야 '대통령 하야' 발언까지 나왔다. 그것도 대표적 보수 기독교 인사이자 이명박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인 조용기 순복음교회 목사 입에서다. "대통령과 싸우겠다. 당선시키려고 노력한 만큼 하야시키기 위해 싸우겠다"고 했다.
기독교계가 정권을 향해 날을 세운 것은 '이슬람채권(수쿠크)법' 때문이다. 이슬람채권에 면세 혜택을 주는 내용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막겠다는 것이다. 한국기독교총연맹이 개정안에 찬성하는 의원들에 대한 '낙선운동'을 예고한데 이어, 조 목사는 "이슬람을 지지하는 사람이 나오면 기독교인들은 목숨을 걸고 싸울 것"이라고 전면전을 선언했다.
기독교계가 법 개정에 반대하는 것은 수쿠크 자금이 테러지원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슬람채권 수입의 2.5%를 자선단체에 기부하도록 돼 있는데 이 자금의 행방이 미심쩍다는 설명이다.
이슬람세력의 확대도 달갑지 않다. 한기총 수쿠크대책위원장을 맡은 홍재철 목사는 "이슬람 자금이 투입됐을 때 개신교뿐 아니라, 다른 종교에게도 좋을 것이 없다"며 종교계의 '반(反)이슬람' 연합을 주문했다.
"외화 차입처 다변화가 이뤄질 수 있다"며 조속한 법안 처리를 희망한 정부는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통과가 미뤄질 경우 오일달러 유치를 위한 세계 각국의 치열한 경쟁에서 뒤쳐질 것이라면서도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난처해진 건 한나라당이다. 법안 통과를 주장하던 의원들은 '낙선 경고'에 몸을 사렸다. "중동의 대형 프로젝트를 따내고 이슬람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법안 개정이 필수적"이라던 당내 지지 목소리는 사라졌다. 결국 한나라당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수쿠크를 통과시키지 않겠다"고 한 발짝 물러섰다. 종교계와 각을 세워 표를 잃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도 수쿠크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수주와의 연계 의혹을 제기하며 법안 처리에 소극적이다. 여야는 다음달 4일 공청회를 열어 수쿠크법을 논의키로 했지만 국회통과 전망은 밝지 않다. 오히려 보수정치인으로 평가받는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가 "권력화 된 교회는 예수님의 뜻이 아니다. 교회는 정치권을 협박하지 말라"고 성토한 것이 새롭다.
4·27 재보선과 내년 총선에 매달리고 있는 정치인들에게 국가경제를 생각하자는 주문은 애초부터 기대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