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직후 CB발행 급증한 까닭은

금융위기 직후 CB발행 급증한 까닭은

정영일 기자
2011.03.07 07:25

[新 공시읽기-⑤]사모·공모 여부…이자·전환조건 등 유의해야

[편집자주] 머니투데이 초창기 인기 연재물 '공시읽기' 시리즈를 업그레이드합니다. 공시읽기는 투자판단의 가장 기본적인 자료가 되는 공시내용을 심층 분석, 지금까지도 '공시투자의 기본'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과학적이고 생생한 사례속에서 배우는 '新공시읽기'를 통해 성공투자의 틀을 다지시기 바랍니다.

지난해 10월LG이노텍(303,000원 ▼10,000 -3.19%)은 2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키로 결정했다. 만기 이자율이 2.0% 수준으로 그다지 발행조건이 좋지는 않았는데도 시장에서 주목을 받았다. 발행회사인 LG이노텍의 신용등급이 A+의 우량 상장기업이었기 때문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형 기업들이 너도나도 CB발행에 나섰다.금호타이어(6,100원 ▼120 -1.93%)(1581억원, 지난해 7월)하이닉스(933,000원 ▼62,000 -6.23%)(5579억원, 5월)금호석유(128,000원 ▼2,000 -1.54%)화학(2000억원, 4월)STX팬오션(4,980원 ▼100 -1.97%)(2319억원, 2009년11월)대한해운(2,355원 ▼80 -3.29%)(4000만달러, 2009년8월)등이 대표적이다.

당시 CB발행 업무를 주관하던 한 증권사 IB본부는 '청약달력'을 만들어 배포해 투자자들의 인기를 끌기도했다. 워낙 많은 기업들이 동시에 자금조달을 하다 보니 여러기업들의 청약일정을 정리해놓은 달력의 인기가 급상승했다는 것이다.

금융위기 직후 CB발행이 급증한 것은 자금시장에 돈이 마르며 기업들이 더 이상 회사채 발행을 추진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자금을 조달할 길이 막히자 투자자들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높은 CB발행에 나선 것이다.

CB는 채권처럼 이자와 만기가 정해져 있으면서 동시에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따라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전환차액을 노릴 수 있다. 투자자에게는 수익성과 안정성을, 기업에게는 자금조달의 편의를 주는 것이다.

CB는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증시가 상승세를 타고 있을 경우에는 유상증자와 마찬가지로 CB발행이 호재가 된다. CB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코스닥 업체들이 발행하는 CB를 대기업들이 인수하는 경우에도 주가는 대부분 급등한다. 대기업과의 협력관계가 강화되며 기업의 경쟁력이 상승할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지난해 12월에는 디스플레이 장비업체인에스에프에이(27,350원 ▼1,700 -5.85%)가 발행한 152억원의 CB를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가 인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상한가를 친 사례가 있다.

또 일정기간이 지나면 주식으로 전환될 수 있어 경영권 구도와도 연관된다. 지난해 코스닥 시장에서 전기차 테마 대장주로 시장의 주목을 받았던CT&T는 코스닥 상장기업 CMS의 CB를 인수해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CMS의 경영권을 취득, 우회상장에 성공했다. 당시에도 CB인수주체가 CT&T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주가 급등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CB는 장기적으로 주식으로 전환됐을 때 물량부담으로 인해 주가 상승의 제한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주식으로 전환되지 않은 CB는 만기일에 일시에 갚아야 하기 때문에 자칫 유동성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 투자자들이 반드시 미전환 CB물량과 만기일을 챙겨야하는 이유다.

LG이노텍의 CB발행 공시를 통해 CB 공시를 읽는 법을 알아보자.

△공모인가, 사모인가=먼저 '1. 사채의 종류'를 보자. CB를 포함한 모든 채권은 발행회차가 명시된다. 전환청구되는 CB가 몇 회차인지 알아야 남은 물량이 얼마인지도 알 수 있다. 매년 사업보고서를 통해 CB의 전환권 행사 물량과 남은 물량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후에는 금융기관이 보증을 선 보증사채는 찾아보기 힘들어졌고, 모두 무보증사채로 발행되고 있다. CB도 마찬가지다. 회사가 지급능력을 상실하게 되면 어디 가서 대신 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투자할 때는 회사의 신용도가 중요하다.

LG이노텍이 CB를 발행할 당시의 신용등급은 A+(한국기업평가) 등급이었다. 회사채와 달리 CB발행의 경우 신용평가가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발행 당시 신용등급은 CB투자에도 활용할 만하다. 등급은 AAA AA+ AA AA- A+ AA- BBB+ 등으로 매겨진다. BBB+ 이상이 투자적격 등급이다.

'2.사채의 권면총액'을 보면 LG이노텍이 사채를 통해 조달한 금액이 2000억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1주당 전환가격(9번 항목) 15만원으로 나누면 133만3333주가 나온다. 이것이 나중에 주식으로 전환될 수 있는 잠재 물량이다.

'3.자금조달의 목적'에서는 시설자금으로 1957억7900만원이 사용되고, 기타자금으로 42억2100만원이 사용된다고 밝혔다. 자세한 조달자금의 사용목적을 알기 위해서는 공모 발행일 경우 제출하게 돼 있는 증권신고서를 참고하면 된다.

'8.사채발행방법'은 공모와 사모를 구분하고 있다. 기업이 유가증권을 발행할 때 청약권유 대상자, 즉 유가증권의 매각대상이 50인 이상이면 '공모'로 분류한다. 50인이 안되면 '사모'에 해당한다. 기관이 아닌 일반인을 대상으로 유가증권을 공모할 경우, 주간사를 맡은 증권사가 경제신문 등에 공고한다.

CB의 최소 청약단위는 보통 10만원이다. 그러나 LG이노텍의 경우 최소 청약 단위를 1000만원으로 높였다. 공모발행은 1개월 뒤부터 사모발행의 경우 1년 뒤부터 전환이 가능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CB가 공모로 발행되는지 사모로 발행되는지 반드시 살펴야 한다.

△CB에 담긴 채권의 의미=4~7번과 9번 항목은 이자에 관한 내용이다. CB는 주식으로 전환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일정한 이자를 받는 채권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CB는 주식 전환이라는 특권이 붙어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수익률이 보통 회사채보다 낮다.

LG이노텍의 경우 표면 이자율이 아예 0%다. 만기가 될 때까지는 아예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기이자율 역시 당시 시장금리보다 한참 낮은 2% 수준에 불과했다. LG이노텍의 주가 상승 잠재력이 컸기 때문에 이같은 발행조건이 가능했다. 당시 증권가에서 제시하는 LG이노텍의 목표주가가 최고 20만원에 달했다.

주식 전환시 노릴 수 있는 시세차익의 가능성을 금리와 맞바꾼 것이다. 간혹 전환가격을 낮게 재조정(리픽싱,Refixing)해 주는 조항을 넣거나 만기보장 이율이 고율일 경우 다른 조건이 CB인수자에게 유리하게 돼 있는 경우에도 표면금리를 0%로 하는 경우도 있다.

표면이자율이 있을 경우에는 보통 3개월 단위 기준일에 이자를 지급하게 돼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표면금리와 실세금리의 차이를 계산해 만기에 일시에 주는 것이 보통이다. LG이노텍 CB의 경우 만기일인 2014년11월11일에 원금의 108.3071%에 해당하는 금액을 일시 상환하게 돼 있다.

예를 들어 LG이노텍의 CB 1000만원어치를 2014년까지 가지고 있을 경우 1083만원을 받게되는 것이다. 이처럼 표면금리와 만기 시 일시에 상환받을 금리를 합한 것을 '만기보장수익률(YTM)'이라고 한다.

'7.원금상환방법' 항목에서는 조기상환(콜 옵션, Call Option) 청구권에 대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CB를 발행한 LG이노텍이 콜 옵션을 행사해 주식으로 전환되지 않은 CB에 대해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옵션을 행사하면 CB를 가진 사람은 당초 투자했던 돈에 상환청구 전날까지의 기간에 만기이자율을 적용한 금액을 받게 된다.

CB는 재무제표에서 부채로 잡히는 만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CB를 발행했던 회사들이 콜 옵션을 행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CB가 주가에 부담을 주는 경우에도 콜옵션을 행사하기도 한다. LG이노텍의 경우 발행기간이 3년이 경과한 날부터 만기 1개월전까지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다.

'9. 전환에 관한 사항'에는 전환가격 및 전환가격의 조정에 관한 내용이 있다. 과거 코스닥 기업의 CB는 전환가격에 제한이 없어서 턱없이 낮은 전환가격에 발행된 CB를 대주주나 특정인에게 발행해 치부의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감자 후에도 전환가격을 재조정하는 내용을 누락시켜 감자 후 주가급등에 따른 차익을 주는 이른바 '황금CB'가 논란이 됐었다. 이후 제도보완이 돼 더 이상의 '황금CB'는 발행되지 않고 있지만 기존에 황금CB를 발행했던 회사들의 경우 아직도 남아 있는 물량이 있어 주가에 악영향을 주기도 한다.

기준이 되는 가격은 세가지이다. ①(1개월 평균+1주일 평균+이사회 결의일 종가)/3 ②최근일(이사회 결의일 전일) 종가 ③청약일 전 3거래일 종가 등이다. CB 발행은 이사회 결의 직후 공시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③은 공시 발행 시점 에서는 알 수가 없다.

CB를 공모를 통해 발행한 경우 3가지 가격 가운데 낮은 가격 이상에서 전환가격이 결정되어야 하며, 사모발행일 경우에는 3가지 가격 가운데 높은 가격 이상으로 결정해야 한다. 회사 측은 시장의 수요 등과 3가지 기준가격의 동향을 감안해 가격을 결정하게 된다.

LG이노텍의 경우는 ①번 가격의 경우 13만2652원으로, ②번 가격의 경우 13만1000원 ③번 가격의 경우 12만5828원이 돼 최종 기준주가가 12만5828원이 됐다. LG이노텍은 여기에 10% 할증을 한 가격과 ③번 가격의 110%금액, 회사 측이 원했던 가격인 15만원 중 높은 가격인 15만원으로 최종 전환가격을 결정했다.

전환가격 결정에 예외는 있다. 신용도가 '투기등급'인 기업에 대해서는 전환가격을 기준가에서 10% 할인할 수 있게 돼 있다. 자금상태가 어려운 기업의 자금조달을 돕기 위해서이다. 발행 당시 확정된 전환가격도 추후 하향 조정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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