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커진 국민연금?...민감사안 외면 여전

목소리 커진 국민연금?...민감사안 외면 여전

엄성원 기자
2011.04.26 14:10

최근 일부 이사선임 반대 불구 찬성비율 90% 이상.."독립성 필요" 의견도

국민연금은 올해 들어 열린 377개 기업의 주총에서 131개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다. 이중 3건은 해외 주총 현장에서 행사한 의결권이었다.

최근 의결권 행사 중 눈에 띄는 것은 지난달현대제철(42,225원 ▼825 -1.92%)현대자동차(550,000원 ▲11,000 +2.04%)주주총회 현장에서 던진 정몽구 회장의 사내 이사 선임 반대표. 국민연금은 또 최태원SK회장, 김승연한화(142,100원 ▲2,200 +1.57%)회장, 조양호한진(19,040원 ▼190 -0.99%)회장, 이재현CJ오쇼핑(53,200원 ▼1,000 -1.85%)회장 등의 이사 선임 건에도 과도한 겸임 등을 이유로 반대표를 행사했다.

10년 새 27배로 불어날 정도로 주식 투자 규모가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는 데 따라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향후 더욱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 2000년 2조원에 불과하던 국민연금의 주식 투자 규모는 지난해 54조원까지 불어났다.

현재 국민연금이 자본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상당하다. 시가총액 상위 10대 기업 중현대차(550,000원 ▲11,000 +2.04%),POSCO(510,000원 ▲8,000 +1.59%),현대모비스(435,500원 ▲4,000 +0.93%),LG화학(425,500원 ▼3,500 -0.82%),신한지주(98,000원 0%),하이닉스(1,598,000원 ▲151,000 +10.44%)등 6곳의 지분을 5% 이상 보유하고 있다. POSCO, 하이닉스,KT(59,200원 ▼1,400 -2.31%),KB금융(161,250원 ▲3,450 +2.19%),하나금융지주(126,300원 ▼300 -0.24%)최대 주주이기도 하다. 국민연금이 대한민국 지주사로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재무적 투자자의 위치에 만족하고 주주권리 행사엔 소극적이었던 이전에 비해선 확실히 늘어난 모습이다. 국민연금의 주총 안건 반대표 행사 비율은 2005년 2.7%에서 지난해 8.1%(전체 안건 2153건 중 1979건 찬성, 174건 반대)로 뛰었다. 올해 역시 비슷한 비율로 반대표를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90%를 웃돌 정도로 찬성 비율이 높다. 특히 대기업의 임원 보수나 신사업 투자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지금까지 국민연금의 의결권이 결정적 역할을 한 사례는 거의 없다. 2006년 KT&G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노리던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을 백기사로 나서 막아낸 것이나 2007년과 2009년 동아제약과 한단정보통신(현 우전앤한단)의 경영권 분쟁 때 의사를 관철시킨 것이 고작이다.

이에 국민연금이 내세우고 있는 적극적인 주주권리 행사를 통한 기업지배구조 개선이 말뿐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국민연금이 결정에 영향을 미칠 만한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는 경우는 일부 예외적 상황에 한정된다는 지적이다. 특히 국민연금이 거대기업을 지배하고 있는 총수의 사적 행사에 맞서 국민 주주로서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국민연금의 주주권리 행사는 세계 최대 연기금인 캘퍼스(CalPERS)나 미국 최대 사학연금 TIAA-CREF(Teachers Insurance and Annuity Association - College Rtirement Equities Fund) 등에 비해 여전히 소극적이다. 캘퍼스나 TIAA-CREF는 주주 제안이나 경영자 협의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회사 경영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데 비해 국민연금은 주총 의결권 행사가 권리 행사의 전부다. 국민연금은 이마저도 사후 공시를 통해 알리고 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의결권 행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취지는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지금까진 주주권리 중 극히 일부만을 행사하는 데 그쳤다"며 "피투자회사 경영진과의 지속적인 협의 등 보다 광범위한 권리 행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또 "연기금의 주주권리 행사 확대는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트렌드이기도 하다"며 "다만 국민연금이 국내 증시에서 점하고 있는 위치를 볼 때 지배구조 개선 등을 통해 주주권 행사에 대한 책임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정치권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강성원 한국경제원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관치의 도구로 행사될 수 있기 때문에 국민연금 최대한 중립적인 입장에서 의결권 행사에 소극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정치적인 논리로 왜곡될 수 있고 이에 대한 가입자의 견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의결권 행사가 가입자 이익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며 "정부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통해 기업의 자율적 의사 결정을 침해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이어 "국민연금이 정치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지배구조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이에 대해 "연기금 사회주의 및 관치에 대한 비판적 의견과 의결권 행사 강화에 대한 요구가 양립하는 상황에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주주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시간을 갖고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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