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 황철주 벤처기업협회 회장
벤처 경영자 아닌 창조적 기업가 육성
세계최고의 제품으로 글로벌 도전해야

"벤처기업이 생존하려면 창조적 명품을 만들어 글로벌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어야 합니다. 시장의 99%는 해외에 있습니다."
황철주 벤처기업협회장(52)의 지론이다. 대한민국 대표 장비기업 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인 그는 애초 전임 회장의 잔여 임기 1년만 채우려다 업계의 요청으로 올 2월 10대 회장에 연임했다. 황 회장을 만나 협회 운영 구상 등을 들어봤다.
―벤처기업협회장을 맡으신 소감은.
▶국내 9000여개 벤처기업의 소통을 이끌고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자리인 만큼 책임감이 큽니다. 최근 달아오른 벤처업계의 성장세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며 새로운 벤처르네상스를 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먼저 모든 벤처기업인이 존경받고 성공할 수 있는 풍토 조성에 주안점을 둘 것입니다.
지금까지 한국 벤처기업에는 그들만의 철학이 없었지요. 각자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고, 세계 최초 제품을 위한 기술개발 없이 외형을 키우는 데 주력하며 빈껍데기만 남은 기업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성공과 실패가 다 귀한 경험이지요. 이를 거울삼아 한국만의 새로운 벤처문화를 만들면 됩니다. 그러려면 우리가 했던 시행착오와 실패를 다음 세대는 겪지 않고 자라날 수 있는 기업문화와 산업인프라 형성이 우선돼야 합니다.
―협회 주관의 '벤처코리아' 행사를 올해부터 '벤처창업대전'으로 개편하셨는데요. 협회에서 중점 추진할 사업은 무엇인지요.
▶협회를 통해 창조적 기업가를 육성하는데 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산업계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것은 경영인이 아닌 기업가입니다. 기업가의 '창조'가 있어야지, 경영자의 '개선'도 있을 수 있지요. 새로운 시장과 세계 최초 제품을 탄생시킬 사람을 키우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봅니다.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할 수 있는 기업가가 배출돼야 한국도 진정한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지요. 이 문화를 선도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벤처기업입니다.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벤처의 성공적인 사례를 만들고, 진정한 기업가정신을 사회 전체로 확산해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한국 고용창출의 88% 이상 일어나는 곳이 중소 벤처기업입니다. 이곳에서 먼저 세계 일류가 되겠다는 의식의 변화가 일어나면 한국 산업 전체의 기본기는 폭발적으로 강해질 것입니다. 그리고 다양한 분야에서 최고의 기업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우리 사회의 진정한 동반성장은 자연스레 이뤄진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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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기업가정신재단을 주도적으로 출범하고 이사장을 맡으셨는데.
▶재단은 미래 대한민국을 이끌 젊은이들에게 기업가에 대한 올바른 의식을 심어주고, 그들의 도전을 격려하기 위해 탄생했습니다. 자기 자본 없이도 아이디어를 창업으로 연결할 수 있는 가교가 돼 세계 시장에서도 통할 창조적 명품을 만드는 토대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기업의 창업자들은 누구보다 투철한 기업가정신으로 아무것도 없던 대한민국에 성공적인 산업화를 이뤄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정신을 제대로 육성하고 이어받고자 하는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몇 사람의 기업가가 최빈국으로 대우받던 나라를 존경받는 나라로 만든 일등공신입니다.
그들의 도전과 용기를 다시 젊은이들에게 전해줘야 합니다. 진정한 기업가와 장사꾼의 차이를 보여줘야 한다고 봅니다. 또 어떻게 창업하고 초기에 어떻게 성장해야 하는지 후배들에게 정확히 가르쳐주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재단은 새로운 기술과 산업을 만들어내는 차세대 리더를 육성하기 위해 실제적인 방안들을 마련해나갈 것입니다.

―벤처로 출발해 매출 1조원을 돌파한 곳도 나왔지만 벤처기업의 토양은 아직 척박하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벤처는 그 어떤 기업 형태보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기에 적합한 모델입니다. 하지만 한국은 2000년대 초반 거품처럼 일어난 벤처 광풍이 꺼지고 대기업과 중소기업들 간의 수직적 관계가 심화되면서 벤처로서 장점을 산업에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벤처기업은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들이 전문분야에서 도전하는 것을 권장하고, 실패를 격려해 줄 수 있는 건강한 사회환경 조성이 필요합니다. 누구나 잘할 수 있는 전문분야는 따로 있지요.
그리고 지난 경제침체기에 이미 학습했듯 이런 상승세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기 위해선 벤처를 이끄는 개개인이 먼저 열정적이고 도전적인 기업가정신을 가져야만 합니다. 벤처기업 스스로 현재 사업환경이 '위기'라는 것을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각자의 창조적 명품 개발에 주력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벤처산업이 성장하려면 어떤 점들이 개선돼야 한다고 보시나요.
▶눈앞의 이익만 좇는 벤처는 곧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창조적 연구·개발(R&D)을 통해 세계 최초 및 최고의 명품을 만들고, 이를 무기로 글로벌 무대에 도전해야 합니다. 기업의 영역을 더이상 국경이 지켜주지 못합니다. 세계 시장에서 무한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죠.
세상의 변화를 읽고 새로운 시장과 기회를 창조해내는 능력과 벤처가 가진 힘을 육성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정책도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정책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정한 시장질서가 우선돼야 한다고 봅니다. 선진국 벤처기업들은 세계 시장을 겨냥해 창업하는데, 우리 벤처기업들은 국내 대기업 하청구조에 의존하는 모습이 많습니다. 남이 만든 제품을 가져다가 좀더 싸게 만드는 것으로는 기업뿐 아니라 대한민국 산업의 미래도 없습니다.
정부가 먼저 벤처기업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제대로 인정하고, 대기업이 보유한 마케팅 및 영업능력과 결합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 마련에 적극 나서줘야 합니다. 그리고 산업 전체의 성장을 위해 창조적인 벤처기업이 필요하다는 의식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주성엔지니어링(64,200원 ▼5,800 -8.29%)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매출 4000억원을 돌파했습니다. 올해도 그 기록을 넘어설 것 같은데요.
▶우리 회사는 지난해 매출 4233억원과 영업이익 489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고, 태양광에 이은 새로운 성장동력인 발광다이오드(LE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사업 본격화 등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만큼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입니다.
이미 태양전지장비 45%와 디스플레이장비 30%, 반도체장비 25%라는 안정적인 매출구조와 함께 수출비중 50% 이상이라는 경쟁력을 확보했지만 올해는 LED와 OLED라는 사업다변화와 전사업부문에서 확보한 신성장동력으로 성장세를 더욱 견고히 이어나간다는 계획입니다.
세계 시장을 목표로 한다면 우리의 성장에는 한계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국내 상황에 의존하기보다 전체 시장의 99%를 차지하는 해외를 개척한다는 목표로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