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장중 1640선으로 추락, 증권사 지수전망 밴드 수정 불가피
"코스피 예상 밴드가 1600~2150 이라고? '우리집 화장실 수리비 얼마 나올 거 같냐'는 질문에 50만원에서 5000만원 사이가 될 거 같다고 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요?"-한 투자자
"더 이상 양치기 소년 되기 싫어요. 기관 투자자에게는 코스피 예상 밴드 의무적으로 이야기 하고 있지만 솔직히 외부에는 알리고 싶지 않네요. 계속 틀리다 보니."-한 증권사 애널리스트
국내 증시가 '예측불허'다. 26일 코스피 지수는 1652.71로 마감해 연저점을 경신했고, 장중 1640선까지 뒤로 밀렸다. 증권사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1700~1900 사이의 박스권 흐름을 점쳤지만 지난주 말과 이날 연달아 폭락장세가 연출되면서 이같은 전망이 무색해졌다.
◇박스권 뚫렸다, 최후 지지선은?
이날 코스피 지수는 2.64% 급락했고, 코스닥 지수는 이보다 더 한 8.28% 폭락을 연출했다. 나란히 연저점을 경신한 것을 물론이다. 국내 증시의 폭락을 이끈 것은 개인 투자자였다.
개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4374억원, 코스닥 시장에서 185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매도 규모도 작지는 않지만, 시장 가격 이하로 주식을 내다파는 투매가 지수 하락을 부추겼다는 설명이다. 개인 비중이 절대적인 코스닥 시장에서 190개 종목이 무더기 하한가를 기록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정책적 변수가 너무 많고,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나라와 나라, 기구와 기구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보니 개인의 공포심이 극에 달했다"면서 "악재가 뭔지 정확히 모른다는 게 개인 투심을 위축시켰다"고 설명했다.
'패닉셀링' 속에서 코스피 지수가 장중 1640선으로 밀려나자 증권사별로 지수 전망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대부분 증권사는 코스피 하단을 1700선, 낮게 잡을 경우 1650선으로 봤다. 1650선은 주가순자산배율(PBR) 1배에 해당된다. 상단은 1900선 근처였다.
김주형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기존 하단이 1700선이었는데 장중 1650선이 깨졌기 때문에 다음달 지수 하단 전망을 1600선 정도로 하향 조정할 계획"이라며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증시가 모두 저점을 깨고 아래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경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2010년 상반기 중요 변곡점이 1650선 이었다"면서 "이번주 코스피가 1650선 전후에서 지지력을 확보할지 여부에 가장 주목할 요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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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도 코스피 단기 밴드를 1650선~1850선으로 조정했고, 하이투자증권은 4분기 밴드를 1600~1950선으로 낮춰 잡았다. 하나대투증권은 3개월 지수전망을 1600~2150으로 조정, 예상지수 밴드 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이번주가 최대고비, 지금이 최악일까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주 코스피 지수의 저점을 확인하는 기간이 될 거라고 입을 모았다. 29일 열리는 독일 의회의 유럽안정기금(EFSF) 증액 관련 법안 통과 여부와, 그리스 6차 자금 지원 여부가 결정되는 탓이다.
김 팀장은 "이번주와 다음주가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통상 위기 막바지에서 궁지에 몰리면 결국 무리수를 두더라도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면서 "최악의 상황을 지나면 10월에는 안도랠리가 이어질 수도 있다"고 낙관했다.
하지만 그리스 문제를 중심으로 한 유럽 위지가 진정되더라도 '복병'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형렬 교보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낙관했던 경기와 기업이익 전망 수정이 불가피하다"며 "대외 불확실성이 진정되어도 예고된 모멘텀 악화를 감안하면 고점 저항이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상원 현대증권 투자전략가도 "9월 FOMC회의 이전까지의 시장 불안 요인이 주로 유럽금융위기에 집중돼 있었다면 현재는 미국의 경기둔화를 넘어서 경기침체 가능성까지 확대 포함되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