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중점 추진하겠다고 밝힌 '학부모정책'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야심차게 신설한 '학부모지원과'는 부내 기피 부서로 자리잡았고, 수요자 중심의 교육문화 형성에 기여하겠다며 출범한 '행복한학부모재단'은 설립 2년여만에 문을 닫게 됐다.
교과부 관계자는 3일 "현 정부 출범 초기만 해도 학부모지원과는 요직으로 분류가 됐지만 지금은 다들 가기 싫어하는 기피 부서로 자리잡았다"며 "부의 주요 관심사가 고졸취업이나 교육기부, 대학구조개혁 쪽에 맞춰진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는 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를 통합한 뒤 2009년초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부내에 학부모지원과를 신설했다. 대선 공약에서 강조한 '학생·학부모 중심의 교육정책'을 실천하기 위한 조치였다. 교육부 내에 학부모 관련 과가 생긴 것은 정부 수립 이래 처음이었다.
학부모지원과는 신설 초기 학부모의 학교참여 활성화, 학교운영위원회 제도개선을 기본업무로 하면서 좋은학교박람회 행사를 기획하는 등 야심차게 업무를 추진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우수 학부모회 2000곳에 100억원을 지원하는 정책을 내놓는 정도가 전부였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부모 정책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사회적 공감대가 이미 이뤄져 있지만 교과부나 관련 부서의 추진 의지는 상당히 약한 것 같다"며 "사회적 기대와 정책의지 사이에 심각한 괴리가 있어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오로지 성적만을 중시하는 한국 학부모들의 잘못된 인식과 문화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이 많은데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학부모 문화 변화의 또 다른 동력으로 기대됐던 재단법인 '행복한학부모'도 설립 2년여 만에 문을 닫게 됐다.
행복한학부모재단은 '학부모가 행복해야 나라가 행복하다'는 기치 아래 2009년 출범했다. 이사회는 현재 교과부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홍승용 전 인하대 총장, 정병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 등 화려하게 구성됐다.
재단은 찾아가는 학부모 열린마당, 퇴근후 열리는 아버지학부모 포럼 등을 진행하며 '건전한 학부모 문화형성'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 설립 자본금 부족, 사회적 관심 부족이라는 큰 벽을 넘지는 못했다. 지난 연말 이사회에서 해산이 결정됐고 이달 중 정리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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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용 이사장은 "개인적인 인맥으로 후원을 유치해 재단을 운영해 왔는데 한계에 다다랐다"며 "우리가 활동을 제대로 못한 측면도 있겠지만 학부모와 사회의 관심이 아직은 부족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교육계에서는 재단 설립에 일정 정도 역할을 한 교과부가 정책추진 의지를 상실하다 보니 재단까지 해산 수순을 밟게 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