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예 사업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

최근 한 유통회사 임원은 긴 한숨과 함께 속내를 털어놨다. 정치권이 대형마트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지나치게 표심을 얻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의회들이 속속 대형마트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조례를 제정하는가하면, 중소도시에 대형마트 신규 출점을 제한하는 법안까지 논의되는 상황이다.
대형마트는 이미 신규 출점에 까다로운 제약이 많았다. 오죽하면 증권가에서 "대형마트는 이제 국내 성장성은 한계에 도달했다"라는 분석이 나올까. 그런데도 연일 정치권에서 대형마트를 옥죄기 위한 규제들이 논의되는 것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올해 대형마트 사업의 최대 리스크로 '유럽 금융위기'도, '내수 소비 침체'도 아닌 '선거'를 꼽았다. 여기에는 선거를 앞두고 생색내기식 포퓰리즘 정책이 극성을 부릴 것이라는 우려가 깔려있다.
전혀 근거 없는 우려는 아니다. 2000년 16대 총선 한해 전인 1999년 하반기에는 백화점 셔틀버스 운행규제가 도입됐고, 2002년 16대 대선을 앞둔 2001년 하반기에는 대형마트 출점규제가 시행됐다.
17대 대선 전해인 2006년에는 대형마트를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변경하는 특별법이 발의되기도 했다.
올해 18대 대선을 앞둔 지난해 연말에는 지자체들이 대형마트의 영업을 제한할 수 있는 근거가 된 유통산업발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대기업을 때려 친(親)서민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정치인들의 행태는 지난 10년간 하나도 변한 것이 없다. 규제의 중심이 수출기업이 아니라 내수기업인 것도 똑같다. 수출기업에 대한 규제는 '국가경쟁력'이라는 역풍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1999년 백화점 셔틀버스 운행규제 직후에는 백화점 주변 교통정체만 늘어났다. 백화점 고객들이 너도나도 자가용을 가지고 백화점을 찾았기 때문이다. 3000명의 셔틀버스 운전수들의 일자리도 사라졌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주말 대형마트 영업을 제한하면 소비자들은 재래시장을 찾는 것이 아니라 토요일에 대형마트를 찾을 것이다. 토요일만 되면 대형마트 주변 교통정체가 극심해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급하게 사야할 물건은 편의점에서 비싼 값을 주고 살수 밖에 없을 것이다. 영업시간 제한으로 대형마트에서는 5700명의 고용이 줄어들 것이라는 추정도 있다. 언제까지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 정책의 한계를 되풀이할 것인가. 재래시장의 경쟁력 자체를 키우는 본질적인 대책을 내놓으면 정치권은 진정한 표심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