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세계 5대 헤지펀드사인 퍼멀그룹의 아이작 수에데 회장

한국형 헤지펀드가 출범한지 거의 3개월이 가까워 오지만 여전히 한국 투자자들에게 헤지펀드는 생소하다. 헤지펀드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그만큼 오해도 많은 것이 사실.
헤지펀드에는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세계 5대 헤지펀드 자산운용사 중 하나인 퍼멀(Permal) 그룹의 아이작 수에데(Isaac Souede)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를 뉴욕 본사에서 만나 들어봤다.
퍼멀그룹은 1973년에 설립된 대안투자 전문 운용사로 한국투자증권의 헤지펀드 해외 파트너로 국내에 알려졌다. 한국의 기관투자가 대상으로는 오래 전부터 맞춤형 헤지펀드 전략을 제공해왔다. 현재 210억달러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으며 뉴욕 본사를 비롯해 런던, 파리, 홍콩, 싱가포르, 도쿄, 두바이 등 전세계 9개 도시에 사무실이 있다.
수에데 회장은 퍼멀그룹의 최고 투자 전략가라는 직책도 함께 갖고 있어 헤지펀드 투자 전략에 앞서 미국 경제와 주식시장 전반에 대해서도 통찰력 있는 의견을 밝혔다.
대담에는 퍼멀 자산운용 부문의 크리스 주엘스도르프(Chris Zuehlsdorff) 부 최고투자책임자(CIO) 겸 포트폴리오 매니저도 자리를 함께해 투자 전망을 제시했다.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개선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 경제에는 2가지 동인이 있습니다. 하나는 통화정책 금리가 제로(0)인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이 매우 낮다는 겁니다. 미국 경제는 소비가 71%를 차지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하락하면 경제에 상당히 호의적인 환경이 조성됩니다. 그 다음 동인은 미국의 일자리 창출 능력이 매우 강하다는 사실입니다. 미국은 저비용으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어 지금 모든 생산 부문에서 제조업 르네상스를 맞고 있습니다. 생산시설과 일자리가 함께 캐나다와 일본, 독일 등에서 미국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주엘스도르프) 예를 들어 주재료가 천연가스인 석유화학과 특수화학 분야에서 미국은 글로벌 기준으로 매우 높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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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인플레이션이 미국의 경기 회복을 도왔다고 하지만 대규모 양적완화로 조만간 인플레이션이 폭등할 것이란 전망도 있습니다.
▶저는 극단적인 전망이 고장 난 시계 같다고 생각합니다. 고장 나 멈춰서 있는 시계도 하루에 두 번은 시간을 맞춥니다. 경기가 회복되면 인플레이션은 올라갈 겁니다. 하지만 앞으로 12~18개월간 물가상승률이 큰 폭으로 뛰어오를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중국과 브라질, 인도 등 신흥국 경제가 둔화되고 있고 선진국 경제도 미국을 제외한 유럽과 일본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세계 경제성장률이 3.5~4% 범위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한 인플레이션이 크게 올라갈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유럽의 채무위기는 안정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세계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 요인은 무엇입니까.
▶지금 글로벌 경제의 심장을 겨누는 칼은 유가입니다. 하지만 유가 상승세를 경감시킬 수 있는 요인도 많습니다. 미국에선 휘발유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난방연료의 절반을 차지하는 천연가스 가격은 지난 15개월간 70% 하락했습니다. 국제 유가가 전쟁 때문에 배럴당 200달러로 치솟고 미국의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6달러가 된다면(현재는 3달러 중반) 미국 경제는 빠르게 약화될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인플레이션이 치솟지는 않습니다. 원유 수요가 급감할 테니까요.
-그렇다면 미국 증시의 상승세는 지속될까요.
▶시장은 경제와 FRB 정책을 따르기 마련입니다. 경제는 회복되고 있고 금리는 제로(0) 수준입니다. 은행에 12개월간 돈을 맡겨 봤자 이자가 0%인 반면 주식의 배당수익률은 3~4%입니다. 게다가 미국 기업들은 2조2000억달러에 달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배당금을 증액할 여력도 큽니다. 유동성 측면에서 증시를 지지하는 힘은 매우 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증시는 이미 많이 올랐고 지금 수준에서 미국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이 더 올라갈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결국 증시가 강세장을 이어가려면 사이클을 봐야 하는데 경기선행지수와 기업 실적이 중요합니다. 특히 기업 실적이 어느 정도 긍정적인 서프라이즈를 주느냐가 증시 랠리를 지속시킬 수 있는 핵심 변수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증시가 1980년대나 90년대 같은 추세적 장기 강세를 보일 가능성은 없을까요.
▶현재와 1980년대 혹은 90년대는 완전히 다른 세상입니다. 세계화 때문이죠. 지금은 과거보다 세계 다른 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훨씬 더 민감해졌습니다. 한 국가의 경제와 시장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이벤트에 훨씬 더 심하게 영향을 받다 보니 경기와 시장 사이클이 과거보다 훨씬 더 짧아졌습니다. 결과적으로 오늘날의 세계에서 1980년대나 90년대 같은 10년간 지속되는 강세장을 기대하기는 매우 어려워졌습니다. 따라서 과거보다 훨씬 더 매매 지향적(trading-oriented)이고 박스권 지향적(range-oriented)이 될 필요가 있습니다.
▶(주엘스도르프) 아울러 1980년대와 90년대에는 증시에 2가지 순풍이 있었습니다. 인구 구조상 베이비붐 세대들의 소비와 투자가 늘고 있었고 금리는 높은 수준에서 현재의 제로(0) 수준으로 쭉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2가지 순풍이 현재는 역풍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베이비붐 세대들은 퇴직을 시작했고 금리는 현재의 제로 수준에서 올라갈 가능성이 큽니다.
-지난주 미국 국채 가격이 급락하면서 수익률이 큰 폭으로 뛰었습니다.
▶국채 가격만 하락한 것이 아닙니다. 수익률 곡선도 매우 가팔라졌습니다. 이는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전쟁이 일어나 다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지지 않는 한 앞으로 12개월간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3.25%로 오를 것입니다.(지난주말 10년물 국채수익률은 2.3%)
-현재의 2.3%에서 3.25%까지는 상당히 큰 폭의 상승입니다.
▶지금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약 2%입니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최소 3%는 돼야 합니다. 지난해 5월만 해도 미국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3.65%였습니다. 결국 지난해 5월 수준으로 돌아가는 겁니다. 국채 수익률이 지금 수준에서 이 정도로 오르면 평균적으로 채권형 펀드는 12%의 손실을 냅니다. 지난 10년간 전반적으로 채권에는 너무 많은 돈이 투자된 반면 주식에는 투자가 부족했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했을 때 진지한 투자자라면 포트폴리오를 돌아보고 자산 재분배를 생각해야 합니다.

-지금 세계가 직면한 가장 큰 경제적 변화는 무엇입니까.
▶전세계 중산층의 재조정(리밸런싱)입니다. 신흥국의 중산층은 부와 소비 능력이 증가하고 있는 반면 선진국의 중산층은 고령화되고 상대적으로 가난해지고 있습니다. 중국과 인도의 도시화도 추세적 변화입니다. 중국과 인도는 전체 인구의 45%가 농어촌 등 시골에서 살고 있는데 미국의 시골 거주 인구는 4%에 불과합니다. 중국과 인도의 시골 인구 비중이 45%에서 미국 수준으로 줄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20여년간 20%로 절반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중국은 이같은 중산층의 증가와 도시화로 향후 20여년간 경제에서 차지하는 내수 비중이 현재의 35%에서 최소 50%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주엘스도르프) 이같은 매크로 변화로 2002~2003년부터 시작된 상품 강세장은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중간 중간에 매도도 있고 하락세도 경험하겠지만 천연자원은 구조적으로 긍정적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헤지펀드에는 이같은 매트로 변화에 투자하는 전략이 있는데 통화정책이나 글로벌 성장률 등 매크로 변수가 전세계로 확산될 때 효과가 큽니다. 요즘 세계는 신흥국의 성장세가 선진국으로 확산되는 등 확산이 잘 일어나는 만큼 매크로 투자에 매우 매력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이제 막 헤지펀드 투자가 시작됐습니다.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헤지펀드에 대해서는 2가지 극단적인 시각이 있습니다. 하나는 헤지펀드가 투자의 모든 문제를 치유해주는 만병통치약이라는 생각이고 다른 하나는 위험한 독약이라는 생각입니다. 이 두 가지 모두 올바른 접근법이 아닙니다. 헤지펀드는 돈을 운용하는 또 다른 탄력적인 방법일 뿐입니다.
-그렇다면 헤지펀드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가장 먼저 헤지펀드에 대해 배워야 합니다. 저는 사실 헤지펀드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반드시 헤지펀드 앞에 형용사를 붙입니다. 예를 들어 매크로 헤지펀드, 숏 헤지펀드, 가치 헤지펀드 이벤트 주도형 헤지펀드 등으로 말입니다. 헤지펀드 앞에 어떤 형용사가 붙느냐에 따라 투자 전략, 리스크와 수익률의 성격이 엄청나게 다릅니다. 이것을 이해하는 것도 헤지펀드를 배워 나가는 과정의 일부입니다.
-한국투자증권과 한국의 헤지펀드 사업에서 협력하고 있습니다. 한국 투자자들이 퍼멀그룹의 헤지펀드에서 어떤 강점을 찾을 수 있을까요.
▶중국 증시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50% 하락했습니다. 퍼멀그룹에서는 어떤 전략의 헤지펀드도 50%씩 하락하지 않습니다. 퍼멀그룹은 매우 꾸준한 수익률을 추구합니다. 헤지펀드 산업의 접근법 자체가 투기적인 것과 거리가 멉니다. 헤지펀드는 시장의 등락에 관계없는 알파 수익률과 장기적으로 꾸준한 수익률을 추구합니다.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과 낮은 변동성, 매력적인 리스크 특성을 원한다면 헤지펀드가 맞습니다. 하지만 주간 단위, 월간 단위 또는 분기 단위로 수익률을 따진다면 헤지펀드가 맞지 않습니다. 헤지펀드의 장점은 오랜 기간에 걸친 수익률의 복리 효과입니다.
-한국 경제와 증시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미국 경제가 좋다고 보고 있으며 그런 점에서 한국 경제도 긍정적으로 전망합니다. 퍼멀그룹은 오랫동안 신흥국과 글로벌 포트폴리오 안에서 한국 주식에 투자해왔습니다. 한국 시장에 집중하는 매니저들도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한국 증시가 글로벌 경기 회복의 매우 좋은 선행지표라는 사실입니다. 한국 증시가 오르기 시작하면 역시 경기 순환적인 호주 증시가 강세를 보이고 중국 증시가 뒤따릅니다. 한국 증시는 한국에 투자해서 수익을 올리는 것 이상으로 글로벌 경제 사이클의 선행지표(precursor)로 흥미롭습니다. 미국 언론들은 한국 증시를 '미스터 코스피(Mr. Kospi)'라고 표현하곤 하는데 '미스터 코스피'가 오르기 시작하면 사람들이 행복해 합니다.
▶(주엘스도르프) 한국 경제는 경기 순환적이기 때문에 (미국에서도) 많은 시장 참여자들이 한국 증시를 면밀하게 추적하고 살펴보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지난 15일부터 발효됐습니다. 한국에선 여전히 반대가 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미FTA에 대한 한국내 일각의 반대는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여기 미국에서도 중국산 제품에 대한 반감이 있습니다. 어떤 경제든 각각의 이해가 다르고 전체 경제보다는 자신에게 최선이 되는 이익을 지키려 합니다. 또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한미FTA는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 발효가 됐습니다. 미국인의 관점에서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결국 저는 (FTA가) 각자 믿음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세계화가 (일시적으로) 고통을 초래할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세계 각국의 생활수준을 높여주는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고 믿습니다. 또 FTA가 누구는 이기고 누구는 지는 관계가 아니라 한국과 미국 모두에게 윈윈이 되는 협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장의 메커니즘에 맡겨 두면 결국 경제는 보호주의 아래에 있을 때보다 더 높은 성장세를 누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유무역보다) 보호주의가 필요하다는 믿음도 있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