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음저협과 영화계, 음악사용료 문제 소송보단 상생 방안 찾아야
#. 이솝우화에 나오는 이야기다. 벌이 제우스신에게 자신의 벌집에서 나온 꿀을 바쳤다. 선물을 받은 신은 부탁 한 가지를 들어주겠다고 약속했다.
평소 인간들이 꿀을 채취하는 게 싫었던 벌은 "사람들이 꿀을 훔치러 오면 죽일 수 있도록 침을 달라"고 청했다.
제우스신은 일단 소원을 들어주는 대신 조건을 하나 달았다. "침을 사용하려면 네 목숨을 걸어야 한다. 네가 침을 사용하는 순간, 너는 죽게 될 것이다."
이기적인 욕심을 부리면 결국 자신에게도 해가 된다는 교훈을 담은 이야기인데, 사실 자연의 세계가 대부분 그런 것 같다. 자기 것 같지만 온전히 자기만의 것인 경우가 별로 없으며, 오히려 자신의 것을 내주면 도움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꽃이 꽃잎 속에 담긴 꿀을 벌과 나비에게 내주며 씨앗을 멀리 퍼뜨리는 것처럼 말이다.
자연은 그렇게 서로 돕고 나누며 산다. 인간 세상의 표현대로 그것이 '미덕'이어서가 아니다. 자신의 생존에 훨씬 더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 사실을 모든 동식물이 아는데, 정작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만 모르고 있는 건 아닐까 싶을 때가 종종 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와 영화계와 사이에 벌어진 음악사용료 갈등 문제가 바로 그런 경우다.
#. 음저협은 최근 멀티플렉스 극장 CJCGV와 메가박스씨너스를 상대로 4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극장들이 2010년 10월 이후 음저협의 허락 없이 음악을 사용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앞서 음저협은 같은 이유로 롯데시네마를 형사고소하기도 했다. 음저협이 이처럼 주요 대형극장을 상대로 법적 다툼을 벌이게 된 사연은 이렇다.
음저협은 2010년 10월부터 영화 제작시 음악 사용료를 받고 끝냈던 기존 관행을 바꿔, 영화를 상영할 때 발생한 입장료 수입의 1%를 극장이 추가로 내야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영화산업이 성장한 만큼, 자신들의 몫을 좀 더 받아야겠다는 것이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오랜 검토 끝에 음저협의 주장을 일부 수용, 지난 3월15일 징수규정 개정안을 승인했다. 극장 대신 영화제작사가 한 곡당 입장료 수입의 0.06%를 공연사용료로 추가로 내야 한다는 것이 개정안의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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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협의 사항에 대해선 음저협과 영화계가 합의점을 찾는 대로 규정에 추가 반영키로 했다. 음저협은 자신들이 원하는 바가 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협상 과정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묻지마' 소송을 걸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영화계에서도 "맞소송을 걸어야 한다"거나 "음저협 음악을 쓰지 말자"라는 식의 일부 강경한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같은 저작권자의 입장에서 영화제작에 부담이 가지 않는 음악사용료의 적정한 선을 함께 고민해보자는 입장이 주류다. 무분별한 소송 공방전은 전체 콘텐츠 산업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단 거다.
음악사용료 문제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들었던 한 영화 관계자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영화 '건축학 개론'의 인기에 노래 '기억의 습작'이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18년 전에 세상에 나왔던 '기억의 습작'이 영화 인기에 힘입어 다시 음악차트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해당 가수는 나이대가 어린 팬들까지 저변을 확대했고요. 이처럼 영화는 갈수록 수명이 짧아지고 있는 음악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습니다."
단순한 '저작권의 보호'만으론 콘텐츠 산업이 제대로 발전하지 못한다. 공유를 통해 새로운 콘텐츠를 계속 창조할 수 있어야 한다. 이기적인 '밥그릇 챙기기' 대신 음악가와 영화계가 모두 상생할 수 있는 원만한 합의점을 찾길 기대한다. 콘텐츠 산업도 상생만이 살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