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수급"…뚫을 곳은 '국가 큰손' 뿐인데...

"꽉 막힌 수급"…뚫을 곳은 '국가 큰손' 뿐인데...

박희진 기자, 권화순, 최경민
2012.05.16 17:43

투신권 실탄은 바닥..증시 구원투수는 연기금, 우정사업본부 등 국가 큰손 뿐

두 달 이상 박스권내 횡보세를 보인 코스피가 곤두박질쳤다.

16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58.43포인트(3.08%) 하락한 1840.53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1월 9일 기록한 종가(1836.49) 이후 최저치다. 3%대의 일일 하락폭을 기록한 것은 지난해 12월 19일 3.43% 급락한 이후 처음이다.

그리스의 연정 구성 실패로 유럽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외국인 투매가 이날 급락장을 초래했다. 전날 코스피지수가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1990선이 무너진데 이어 이날 1840선까지 수직낙하하면서 증시 기상도는 향후 지수 전망이 무색해질 정도로 악화됐다.

외국인의 11거래일 연속 '팔자' 행진에 개인이 11거래일 연속 '사자' 행진으로 맞서고 있지만 속절없이 떨어지는 지수에 개미들의 체력도 바닥난 상태다.

펀드의 인기가 시들해진데다 주가연계증권(ELS)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투신권 기관의 '실탄'도 예전 같지 않다. 수급의 희망은 국민연금 등 연기금과 우정사업본부를 중심으로 한 국가기관 뿐이지만 불확실한 대외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아 '국가 큰손'의 대규모 자금 집행을 기대하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펀드 인기 '시들'…투신권 실탄은 '바닥'

국내 증시에 수급 '키'를 쥐고 있는 투신권의 '실탄'은 이미 바닥이 난 상태다. 연초 이후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연일 자금이 이탈하고 있어 저가 매수 타이밍에도 막상 주식을 살 여력이 없다는 얘기다.

김세중 신영증권 연구원은 "고액 자산가들은 ELS로 자금을 넣고 서민들의 경우, 펀드 대신 노후를 위한 연금 상품에 더 관심을 갖게 되면서 펀드로 자금 유입이 예전같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4일 기준으로 국내 주식형펀드에서는 연초 이후 4조8740억원이 대거 이탈했다. 지난해 12월까지는 월별로 순매수 기조를 보였지만 올해 1월에는 2조7382억원이 순감했고, 2월과 3월에도 각각 1조6930억원, 1조4343억원이 빠져 나갔다.

국내 증시가 조정을 받은 지난달에는 저가 매수 성격의 신규 자금이 일부 유입되면서 570억원 순증으로 전환했고, 이달에도 3937억원이 늘었지만 전체적으로 펀드자금 이탈 추세를 바꿀 만큼 큰 규모는 아니라는 해석이다.

지난해 주식형펀드에 돈을 넣었던 투자자들은 연초 이후 증시가 급등해 원금이 회복되자 서둘러 발을 빼고 있다.

펀드에서 이탈한 자금이 ELS(주가연계증권)로 몰려들면서 ELS는 사상최대 발행액을 돌파했다. 지난 4월 ELS 발행액은 3조9000억원에 달하고 올 들어 누적으로는 16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한해 발행량(35조2000억원)의 48%를 이미 돌파한 것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ELS로의 자금 유입이 국내 증시의 상승폭을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ELS의 구조 중 최근 시장 판매액의 70% 수준에 달하는 '스텝다운' 형은 상품 구조상 포지션 헷지를 위해 가격 하락 시 매수하고 상승 시 매도에 나서게 된다.

◇구원투수는 '국가 큰 손들'뿐..,"저가매수" vs "타이밍 조율"=코스피 지수가 1900선이 무너진 전날, 국가·지자체는 1316억원 순매수했다. 연기금은 106억원 순매수했다. 반면, 외국인은 1844억원 순매도했다.

외국인이 5004억원 순매도하면서 지수를 짓눌렀지만 국가·지자체는 이날도 1833억원 순매수했다. 연기금은 432억원 순매수했다. 주가 급락에 우정사업본부를 중심으로 한 국가기관과 연기금이 주식 쇼핑에 나선 것이다.

A기관 관계자는 "코스피지수가 1900선 이하로 떨어진 15일부터 이날까지 약 1200억원 가량의 자금을 집행하라는 지침을 받았다"며 "이틀간 정확한 자금 집행 규모는 모르겠지만 자금을 집행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전날 사학연금도 장중 200억원 가량을 집행했다. 그러나 사학연금은 이달 내 추가로 자금을 집행할 계획은 없다고 못 박았다.

한 기관의 관계자는 "아직 우리 쪽에서 집행을 하지는 않았지만 주가 폭락 때문에 투자시기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워낙 유럽 등의 상황이 안 좋아서 다른 기관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수익성 등 투자계획을 면밀히 다져 집행하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저가매수와 투자시기 조율 사이에서 기관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지만 대외 악재로 인한 증시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라 기관의 자금 집행을 무작정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 투매를 받아줄 수급 주체가 부재한 것이 문제"라며 "유럽에서 정책이 표류하고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어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당장 자금을 집행할 상황도 아닌 만큼, 유럽에서 긍정적 시그널이 나오지 않는 한 당분간 수급이 개선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권화순 기자

안녕하세요. 금융부 권화순 기자입니다.

최경민 기자

안녕하세요. 산업1부 최경민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