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말하는 코스닥 "절 싫으면 떠나라고?"

CEO가 말하는 코스닥 "절 싫으면 떠나라고?"

심재현 기자, 김하늬
2012.07.11 05:11

[코스닥 체질 개선 프로젝트]②코스닥 상장사 '수난시대'

"기관이 안 사는 시장에 미래가 있을까요" 최근 코스닥시장 자진 상장폐지를 결정한 A사 대표의 쓴소리다. 좀처럼 입을 열지 않던 그가 말문을 트자 시장에 대한 서운함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그는 "상장 이후 한 번도 마음이 편했던 적이 없었다"며 "그나마 주가 관리나 자금조달이라도 제대로 됐다면 이런 심정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코스닥 등록기업의 성토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코스닥 입성을 '시집살이'에 빗대는 말까지 나온다. 사업을 키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증시 문턱을 넘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선 첫 관문부터 버텨내기가 쉽지 않다는 게 대다수 코스닥 CEO들의 하소연이다.

◇ '코스닥 디스카운트'에 신음하는 상장사

무엇보다 '코스닥 디스카운트' 영향이 크다. 상장사 프리미엄은 커녕 '2부 리그' 차별 분위기가 짙다. 익명을 요구한 코스닥 업체 B사 대표 이모씨는 "사업이라는 게 항상 잘 될 수만은 없는데 간혹 실적이나 주가가 안 좋을 때면 '잡주' 취급을 받기가 일쑤"라며 "감독당국도 코스닥 기업 공시에 대해서는 일단 의심부터 하는 등 시선이 곱지 않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상장사 대표 정모씨도 "금융권 관계자들을 만나도 코스닥 기업이라면 부담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며 "이럴 대접을 받을 줄 알았으면 무리를 해서라도 코스피 상장을 선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코스닥시장 상장을 유지하는 것이 실익이 없다고 판단해 코스피 시장으로 이전한 기업은 2008년부터 12개사에 달한다.

몇 년 전 코스피시장으로 이전한 C사 IR 담당자 이모씨도 "코스닥 상장사라고 하면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우가 많았다"며 "코스피시장으로 옮긴 뒤에는 그런 시선에서 자유로운 것만으로도 업무하기가 훨씬 낫다"고 말했다.

◇ 기관은 외면…돈은 테마주로만

'코스닥 엑소더스'가 이어지면서 기관 투자자들도 굳이 코스닥 기업을 찾지 않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 한 펀드매니저는 "괜찮다 싶은 종목을 찾기도 쉽지 않지만 굳이 찾을 필요도 못 느낀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코스닥시장 내 기관 비중은 3%로 코스피(20%)의 1/6에도 못 미친다.

이미 시장 시스템이 망가졌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코스닥시장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테마주 바람이 대표적 사례다. 테마주로 엮여 주가가 급등락한 기업 입장에서도 아찔하다는 고백이다.

지난해 정치테마주로 분류돼 홍역을 치른 D사 관계자는 "해당 정치인과 상관없다는 해명 공시까지 냈는데도 주가 급등세가 가라앉지 않는 것을 보고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테마주에는 돈이 몰리는 반면, 한 푼이 아쉬운 대부분의 상장사는 수급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형편이다. 유상증자 등 시장을 통한 자본조달도 여의치 않다. 시총 상위 80위권의 E사 전무 김모씨는 "수급부족으로 주가 변동성이 크다보니 투자자들이 안정성이 부족해 투자를 못하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화장품 제조·판매업체인 E사는 지난해 영업이익 증가율이 전년 대비 25%, 당기순이익 증가율은 45%에 기록하는 등 시장에서 알짜업체로 통한다. 하지만 지난 1분기 비수기 우려에 매물이 쏟아지면서 주가가 30%가량 빠졌다가 최근 겨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김 전무는 "이런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뒤흔들릴 정도로 수급을 걱정해야 하는 게 코스닥시장의 현주소"라며 "코스닥 상장사 중 그나마 실적이 나은 편인데 다른 기업들 상황은 오죽하겠냐"고 말했다.

◇ 세법 등 역차별까지…"특단의 조치 필요"

세법 문제는 코스닥 상장사를 괴롭히는 대표적인 역차별 사례로 꼽힌다. 2005년 8월 개정된 소득세법에 따르면 코스닥시장에서 시가총액 50억원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대주주로 분류, 주식을 팔 때 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물어야 한다.

2005년 8월 이전까지는 코스피시장과 같이 대주주 요건이 100억원 이상으로 같았지만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기준이 50억원으로 낮춰져 코스닥 상장사에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적용됐다는 설명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대주주 기준이 달리 적용되면서 시가총액 50억원 이상 100억원 미만인 대주주가 있는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불만이 적잖다"며 "코스피시장으로 이전하려는 시도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코스닥 CEO들은 파격적인 개선안이 나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아예 시장을 새로 만든다는 심정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은 모두 바꿔야 한다는 것. 제조업계 코스닥 업체 대표 김모씨는 "'마누라' 빼고 다 바꿔야 한다"며 "코넥스 신설과 맞물려 나오는 얘기처럼 코스닥시장을 첨단기술주시장으로 재육성하는 등 특단의 조치가 있지 않으면 시장이 고사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수급 불안을 막자면 기관투자자들이 신규펀드를 조성할 때 일정 부분은 코스닥 전용펀드로 운용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는 방안도 나온다. 노학영 코스닥협회장은 "코스닥시장 투자에 대한 의무 조항을 둘 필요가 있다"며 "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IT(전기전자)업계 상장사 대표 이모씨도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것이지만 이렇게 하나둘 떠나다 보면 절이라고 제대로 운영이 되겠냐"며 "떠난 중도 돌아보게 만드는 여건을 조성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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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현 특파원

머니투데이 뉴욕 특파원입니다. 뉴욕에서 찾은 권력과 사람의 이야기. 월가에서 워싱턴까지, 미국의 심장을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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