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 맞은 한중 경제, 中 내수시장 공략 새 화두

성년 맞은 한중 경제, 中 내수시장 공략 새 화두

송정훈 기자
2012.08.23 05:49

[한중수교 20주년]교역액 36배 성장, 상호보완·정경분리 원칙 토대

"물이 흐르면 자연히 개천이 될 것이다.(수도거성·水到渠成)" 1992년 한중수교 당시 양국 간 고위급 회담에서 리펑(李鵬) 국무원 총리가 한 말이다. 양국 관계 발전에 대한 희망 섞인 전망이었다. 한중 수교 20년 만에 리 총리의 발언은 허언이 아님이 증명됐다.

1992년 64억 달러에 불과했던 양국 교역액은 지난해 36배 가까이 증가한 2200억 달러를 기록했다. 연평균 22.9% 증가한 것이다. 교역 규모만 커진 게 아니다. 대중국 무역수지는 지난해 통관 기준으로 477억 8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무역수지 흑자 규모인 321억 4000만 달러를 뛰어 넘는 규모다.

상호보완·정경분리 원칙 밑거름=이처럼 한중 교역이 눈부시게 성장한 배경은 무엇일까? 상호보완체제인 생산분업 구조와 정경분리 고수 원칙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양국의 산업, 정치 구조가 경제 발전의 밑거름이 됐다는 얘기다.

한중 수교 이후 현재까지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완성품을 만들기 위해 중간재를 수출하는 가공무역 중심으로 이뤄졌다. 가공 무역은 중국에 반제품이나 부품을 수출해 현지에서 조립한 뒤 제3국에 수출하는 방식이다. 한국의 기술력과 중국의 노동력이 접목된 생산분업구조다.

한국의 대중 가공수출 비중은 지난해 전체 수출의 48.9%로 중국을 최종소비지로 하는 일반무역 34.3%를 앞지르고 있다. 경쟁국인 일본의 33.4%와 미국 17.9%에 비해서도 휠씬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한중 관계는 수교 이후 줄 곳 정경분리 원칙을 암묵적으로 지켜왔다. 한국과 중국 두 나라 모두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경제와 정치, 외교 문제를 분리하는 원칙을 고수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양국의 외교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도 경제는 성장세를 구가할 수 있었다. 실제 양국은 문화적, 지리적 특수성으로 수교 이후 고구려와 발해를 자국의 역사로 편입하려는 중국의 동북공정과 이어도 영유권 분쟁을 벌여왔다. 북 핵 개발 등 북한의 도발과 탈북자 문제 등을 둘러싼 외교 대립도 현재 진행형이다.

가공무역 한계 봉착, 내수 시장 공략해야= 하지만 최근 들어 가공무역 중심의 한중 경제발전 모델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당장 중국의 수출중심 가공무역 비중이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 당국이 수출주도의 성장방식에서 내수주도로의 경제 패러다임 전환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중국 정부는 가공수출 대상 품목을 제한하는 등 가공무역을 억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한중 경제관계가 생산분업 구조에서 경쟁구조로 바뀌면서 한국의 대중 가공무역 비중이 더욱 약화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우리의 30대 수출상위 품목과 일치하는 중국의 주력 수출품 숫자는 2000년 8개에서 2010년 13개로 늘었다.

한국이 중국과의 가공무역에서 탈피해 중국 내수시장을 적극 공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한국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소비재나 서비스 시장이다.

한중 FTA 체결 등 경제 협력을 강화할 경우 한국의 대중국 교역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의 내수시장이 한국에게 새로운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형주 LG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한국이 중국 내수 시장을 겨냥해 주력상품인 자동차나 전자전기제품 등 고가 소비재와 IT(정보통신), 의료, 금융 등 서비스 수출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FTA 체결 등 경제협력을 강화할 경우 중국이 앞으로도 수십 년간 한국의 주력시장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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