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매로 울며겨자 먹기식 주식 처분...순매도 종목 대부분 주가 올라 수익률 부진
#"요즘은 매수보다 매도하느라 바빠요. 출근길에 '오늘은 또 얼마나, 어떻게 팔아야 수익률을 지킬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이러니 펀드 운용에 흥이 나겠습니까."
펀드 환매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으면서 펀드매니저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주가가 오르는 와중에도 환매자금 마련을 위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주식을 떨이처분하면서 펀드 수익률 관리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
주식 떨이처분으로 국내 주식형펀드 대다수는 코스피 수익률도 쫓아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펀드 수익률 부진은 안 그래도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어 펀드매니저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펀드 환매 악순환에 '눈물의 주식떨이'=26일 거래소 및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펀드 환매가 본격화된 지난 7일부터 24일까지 국내 주식형펀드에서는 1조6042억원(공모펀드 기준)이 빠져나갔다. 하루 평균 1340억원(영업일 기준)이 순유출된 것.
환매가 몰리자 펀드매니저들은 현금 확보를 위해 연일 주식을 내다 팔고 있다. 같은 기간 투신권은 코스피 시장에서만 1조원이 넘는 주식을 처분했다. 25일에도 1330억원 이상의 주식을 순매도하며 코스피 2000선 붕괴의 원인이 됐다.
문제는 펀드 환매로 어쩔 수 없이 주식을 처분하면서 미국발 유동성 장세에 따른 주가상승 수혜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7일~25일까지 투신권이 순매도한 상위 30개 종목 중 21개는 오히려 이 기간 주가가 올랐다.
투신권이 가장 많이 순매도한삼성전자(179,700원 ▼400 -0.22%)(-2562억원)는 지난 7일 119만6000원에서 24일132만7000원으로 10.95%나 급등했다. 순매도 2~3위에 오른기아차(155,800원 ▲1,100 +0.71%)(-1334억원)와현대모비스(408,500원 ▲10,000 +2.51%)(1083억원)도 같은 기간 각각 0.69%, 8.46% 올랐다.
이밖에 현대차, 하나금융지주, 삼성전기, LG디스플레이 등 투신권 순매도 상위 종목들도 주가가 1%~7% 가량 상승했다. 투신권 순매도 상위 10위중 주가가 하락한 종목은 삼성테크윈(-6.99%)과 삼성엔지니어링(-2.82%), SK(-5.72%) 세 종목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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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펀드매니저는 "주가가 오르는데도 환매 때문에 주식을 던져야 하는 처지라 펀드 운용에 애를 먹고 있다"며 "환매규모가 얼마나 될지 짐작할 수 없어 일단 주식을 처분해 현금을 마련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펀드 수익률 부진 투자심리 더욱 위축=펀드매니저들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주식을 처분하면서 펀드 수익률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의하면 이달 들어 코스피지수는 5.16%(25일 기준) 상승했지만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액티브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4.82%에 그쳤다.
중장기 수익률도 마찬가지다. 국내 주식형펀드의 1년과 3년, 5년 평균 수익률은 각각 11.27%, 12.25%, 3.95%로 같은 기간 시장수익률(18.03%, 18.28%, 4.39%)보다 크게 부진하다.
펀드 환매로 인해 주가 상승기에 좋은 주식을 담지 못하고 오히려 매도하면서 국내 주식형펀드가 '시장수익률+알파'는 차지하고 시장수익률도 쫒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펀드 환매->주식 떨이처분->수익률 부진의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현재 국내 주식형펀드의 실탄(현금성 자산)이 넉넉지 않은 상태여서 환매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수익률 회복은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실제 국내 주식형펀드의 현금성 자산비중은 지난달 말 평균 5.93%에서 지난 7일 6.22%까지 증가했지만 펀드 환매가 계속되자 최근에는 4.70%로 떨어졌다. 펀드의 현금성 자산이 줄면 향후 환매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로 주식을 팔아야 한다.
한 펀드 애널리스트는 "환매로 수익률이 부진하자 남아있는 투자자들까지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있다"며 "코스피 2000선에 유입된 자금이 3조원이 넘어 자칫 환매가 환매를 부르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도 있다"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최근의 저금리 기조와 유동성 장세 등을 감안하면 지금은 섣부른 환매보다는 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비중확대 또는 보유전략을 구사할 때라는 충고다.
송성엽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2009년과 2010년 때와 마찬가지로 섣부른 환매는 오히려 기대수익을 낮출 뿐"이라며 "장기상승 흐름이 유효한 만큼 오히려 투자 비중을 늘려야 할 때"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