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헤지펀드와 '10억' 내기하면

월가 헤지펀드와 '10억' 내기하면

강상규 미래연구소M 소장
2013.02.20 06:00

[행동재무학]<6>평범한 당신이 월가 헤지펀드를 이긴다

[편집자주] 주식시장이 비효율적(inefficient)이라 보는 이들은 열심히 노력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알파를 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림= 강기영 디자이너
/그림= 강기영 디자이너

"아주 평범한 내가 수백억원을 버는 증권맨이 포진한 월가의 헤지펀드와 백만불(약 10억원)을 놓고 수익률 내기를 한다면 이길 확률이 얼마나 될까?"

게다가 월가의 헤지펀드에겐 주식 뿐만 아니라 선물 및 옵션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고, 롱(long)·숏(short) 거래와 헤징(hedging) 거래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는다면 어떨까?

또한 헤지펀드는 채권과 외환 및 금·은·구리·원유 등 상품도 거래할 수 있고 글로벌 주식도 마음대로 매매할 수 있는 자유를 모두 보장한다면?

그러나 나에겐 그저 주식을 사거나 파는 아주 보통의 권한밖에 없다면? 분명 이 승부는 아주 불공평한 내기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이런데도 백만불을 놓고 감히 월가의 헤지펀드에 맞서는 사람은 분명 멍청하거나 아니면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무모한 자이리라. 그리고 이러한 불공평한 승부에서 헤지펀드를 이길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단정지을 게 뻔하다.

그런데 당신의 예상과는 달리, 평범한 내가 월가의 헤지펀드를 이긴다는 게 지금까지 재무학계에서 발표된 연구결과이다. 예일대학교의 로저 이밧슨(Roger Ibbotson) 교수는 1989년부터 2006년까지 헤지펀드의 성과를 조사했는데 헤지펀드가 S&P500 지수 상승률을 뛰어 넘는다는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 특히 1995년부터 2006년까지 헤지펀드 수익률은 S&P500 지수보다 연평균 2.6% 포인트나 낮았다.

이러한 학계의 연구결과를 믿지 못하겠다면, 실제로 워렌 버핏(Warren Buffet)이 백만불을 놓고 2008년부터 월가의 헤지펀드와 벌이고 있는 수익률 승부를 살펴보자.

버핏은 위에서 말한 내기 조건에 부합하는(=아주 평범한 사람이 할 수 있는) 투자방법을 택했다. 즉 특정 투자테크닉이나 복잡한 컴퓨터 매매 알고리즘, 값비싼 투자전략보고서 등에 전혀 의존하지 않고 단지 시장이 오르거나 내리는 대로 자신의 투자성과를 맡기는 S&P500 인덱스 펀드에 투자한 것이다.

세간의 사람들은 아무런 투자기법이 없는 단순한 S&P500 인덱스 펀드가 과연 월가의 투자전략 비법을 활용한 헤지펀드를 이길 수 있을지 의문을 품었다. 실제로 버핏과 헤지펀드 사이의 수익률 승부가 시작된 첫해인 2008년에 버핏의 인덱스 펀드가 헤지펀드보다 무려 13% 포인트나 저조한 성적을 거두자 모두들 버핏도 이제 '한물 갔다'고 떠들어댔다.

그러나 2009년부터 버핏이 투자한 인덱스 펀드는 매년 월가의 헤지펀드에 한번도 뒤지지 않고 상승했고, 2012년 말에는 누적수익률이 8.69%에 달해, 0.13%에 불과한 헤지펀드 누적수익률을 크게 앞섰다.

투자의 현인인 버핏은 이 수익률 승부를 통해 평범한 당신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우리는 (인덱스 펀드에 돈을 맡기고) 코 골며 (낮잠)잘 때 (최신의 복잡한 기법에 의존해 투자하는) 헤지펀드보다 더 많은 돈을 번다."(버크셔 헤서웨이 1996년 연간보고서)

주식투자도 인생살이의 교훈이 그대로 적용되는 셈이다.

"바보야, 단순하게 살어-KISS(Keep it simple, stup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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