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선욱 삼성증권 SNI강남파이낸스센터 지점장

"최근 2년간 섹시한 투자상품은 없었다고 봐야죠. 기대치를 낮춰야 할 시기입니다."
자산관리 명가로 불리는 삼성증권에서도 최고 수탁액을 자랑하는 SNI(Special Noble and Intelligent)강남파이센터의 이선욱 지점장(사진)은 PB(프라이빗뱅킹) 생활만 10년이다. 강북의 부자동네 동부이촌동 지점을 거쳐 강남 부자들의 자산 2조2000억원을 굴리고 있다.
이 지점장에게도 요즘은 이른바 '섹시한' 투자 상품이 없어서 고민이 깊은 시기다. 저금리로 예전의 수익률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 주식, 채권, 펀드, 부동산 등 투자 상품의 메인 스트림이 부진한 수익률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ELS(주가연계증권)나 ETF(상장지수펀드), 혹은 이들 상품을 결합한 랩어카운트, 해외채권 등 대체상품이 투자수요를 흡수하고 있긴 하지만 자산시장의 큰 흐름으로 이어지기엔 아직 역부족이다. 이 지점장은 "부동산시장의 회복흐름이 가시화돼야 자산가들이 돈을 풀기 시작하는데 강남이나 핵심 지역의 가격이 드라마틱하게 빠졌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집 값이 더 빠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 자산시장이 활성화되기까진 오히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투자자산의 가격이 상승하려면 외부자금이 추가로 들어와줘야 하는데 현재 강남부자들은 현금을 쥐고 암중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문형 랩어카운트에 몰렸던 자금이 ELS에 집중되면서 ELS의 기대수익률도 10%미만으로 낮아진 상황이다. 기초자산의 변동성이 낮아진 데다 채권에 가까운 ELS의 특성상 저금리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ELS도 위험을 분산시킨 자문형 랩 형식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삼성증권이 최근 판매잔고 1000억원을 돌파한 자문형 ELS랩은 약 32%가 슈퍼리치 고객이 이용하는 SNI지점을 통해 판매됐다.
이 지점장은 "자산가들은 이미 국내외 장기채와 즉시연금 등 절세상품에 포트폴리오의 상당부분을 할당한 상태이기 때문에 절세 준비는 사실상 끝났다"며 "직접 투자보다 안정적으로 연 8~9% 수익을 추구하는 고객들이 자문형 ELS랩에 주로 가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모펀드도 최근 슈퍼리치들의 재테크 트렌드 중 하나다. SNI강남파이낸스센터는 지난주 연 7% 수익을 목표로 하는 100억원 규모의 고객자금을 모아 삼성자산운용이 운용하는 사모펀드를 선보였다.
독자들의 PICK!
이 지점장은 "헤지펀드는 아직 제도가 정비되지 않은데다 최소투자금액이 PB고객들에게도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며 "헤지펀드식으로 시장상황에 따라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면서도 진입 장벽을 낮춘 사모펀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밝혔다.
집값은 아직 회복기미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고 있지만 상가나 건물은 아직 유효한 투자수단이다. 핵심상권의 20~30억원, 50~60억원대 저층 건물은 자산가들 사이에 수요가 꾸준하다.
이 지점장은 "홍대와 가로수길 주변의 저층건물은 슈퍼리치들이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며 "이들 지역의 수익형 부동산과 다세대주택은 부동산침체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거의 하락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뭉칫돈이 아닌 쌈짓돈을 투자해야 하는 99%의 투자자들은 저금리시대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 지점장은 적립식 펀드를 통한 장기투자가 정답이라고 말했다.
그는 "투자상품의 사이클을 평균 10년으로 볼 때 주식시장도 2~3년간은 크게 재미를 기대하긴 어려워 보이지만 자산가격이 오를 때도 분야별 순차적 사이클이 있기 때문에 자산을 분산시켜놓고 호기를 놓치지 않도록 기다리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개인투자자에겐 직접 투자보다 전문가를 통한 간접투자를 권하고 있으나 업종별로는 바이오와 제약주를 눈여겨 볼 것을 주문했다. 고령화와 국민소득 증가로 바이오 및 제약업의 성장이 가시화되고 있지만 주가는 다른 업종 대비 재평가 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10년간 PB로 일하며 수많은 부자들을 만난 이 센터장이 꼽는 가장 성공적인 투자 스토리는 어떤 걸까.SK텔레콤(89,000원 ▲7,400 +9.07%)공모주에 300만원을 투자해 13년만에 15억원으로 불린 고객이다. 우량주를 IPO(시장공개)에 참여에 13년을 기다린 열매가 500배의 수익을 가져단 줬다는 것.
이 센터장은 "모두가 부자를 꿈꾸지만 꿈을 실현하는 이들은 남다른 인내로 목숨 걸고 투자한 사람들"이라며 "시간을 이길 수 있는 투자자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