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투자상품이라는 이유로 세제혜택을 줄 수 없다고 해서 장기세제혜택펀드 도입이 지난해 무산됐습니다. 펀드시장은 죽어가고 있는데 누구를 위한 소비자 보호인지 모르겠습니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가 한숨을 내쉬며 한 말이다. 지난해 정부는 납입액의 40%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부여하는 장기세제혜택펀드 도입을 추진했으나 이 방안은 국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상품에는 서민 자산형성을 위한 세제혜택을 부여할 수 없다는 논리에서였다. 한발 나아가 변동성이 큰 주식시장에 안정적인 수요 기반을 확충하는 한편 장기투자 문화를 형성하자는 취지도 무시됐다.
이 관계자는 "펀드에 가입하려면 원금 손실 가능성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수많은 항목에 체크해야 하기 때문에 손실 가능성을 모를 수 없다"며 "소득공제 혜택만 보고 소비자들이 가입할 것이라고 걱정하는 건 오히려 소비자들을 무시하는 소리 아니냐"고 반문했다.
장기세제혜택펀드는 최근 의원입법으로 다시 추진되고 있지만 재보선을 앞두고 분주해진 국회에서 언제쯤 논의가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증권가가 원칙론에 발목이 잡힌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국회에 발의된 금융소비자보호법안에는 투자성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 영업소, 지점, 그 밖의 사업장의 지정한 곳에서만 가능하도록 했다. 의원입법으로 발의만 된 상태지만 업계의 걱정은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태블릿PC 등을 통한 펀드 외부판매까지 가능해진 마당에 현실성이 너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물론 금융소비자 보호는 당국이나 금융업계가 가장 우선순위를 둬야 할 원칙이다. 불완전판매나 금융기관 직원의 부정으로 인해 소비자 피해가 근절되지 않는 탓이다. 이런 사례는 엄격히 처벌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원칙론만 고수해 소비자를 울타리에 가둬놓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을 추진하는 경우 부작용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손쉬운' 규제에 나서기보다 더디더라도 똑똑한 금융소비자를 키우는 접근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