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乙) 투자자는 ‘노이즈’(noise) 트레이더?

'을'(乙) 투자자는 ‘노이즈’(noise) 트레이더?

강상규 미래연구소M 소장
2013.05.17 09:15

[행동재무학]<14>노이즈 트레이더는 증시에서 '을'이 아니다.

[편집자주] 주식시장이 비효율적(inefficient)이라 보는 이들은 열심히 노력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알파를 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림=강기영 디자이너
/그림=강기영 디자이너

“진짜(true) 정보가 아닌 오래되거나 허위 정보에 따라 주식거래를 한다면, 당신은 ‘노이즈’(noise) 트레이더이다.”

# '을' 투자자는 하루도 빠짐없이 증권방송을 틀어놓고 인터넷 증권뉴스를 초·분 단위로 체크하는 개미. 자신이 투자한 종목의 주가와 전체 지수의 움직임을 빈틈없이 체크하고 최신 정보와 뉴스를 한시도 놓치지 않으려고 온 신경을 곤두세운다. 그리고 뉴스가 나오면 남보다 한발 앞서 주식을 사거나 팔아 투자수익을 최대화하려고 바쁘게 움직인다. 그러나 투자성과는 늘 신통치 않아, 뭐가 잘못된 것인지 답답하기만 하다.

‘을’ 투자자처럼 최신 뉴스에 누구보다도 빨리 대응해 주식거래를 하지만 투자성과가 별로인 이유를 버지니아 주립대학(University of Virginia)의 에드윈 버튼(Edwin Burton) 경제학 교수는 “진짜 정보에 근거하지 않고 이미 오래됐거나 허위 정보에 따라 주식거래를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버튼 교수는 최근 발간한 그의 저서 『행동재무학: 사회·인지·경제적 논쟁(Behavioral Finance: Understanding the Social, Cognitive, and Economic Debates)』에서 “투자자들이 증권방송이나 인터넷 증권뉴스에서 보거나 들은 뉴스는 사실(facts)이 아닌 의견(opinion)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사실이 아니거나 진짜 정보가 아닌 뉴스는 ‘노이즈’(noise)일 뿐”이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따라서 ‘을’ 투자자처럼 거의 매일 사실 아닌 뉴스와 임의의(random) 의견에 좌우돼 주식을 사고 파는 개미 투자자들은 모두 ‘노이즈 트레이더’(noise trader)에 해당한다. 물론 을 투자자는 자신이 매일 보고 듣는 뉴스가 노이즈가 아니라고 믿고 있겠지만 말이다.

효율적 시장가설(EMH)을 굳게 신봉하는 이들은 주식시장에서 노이즈 트레이더의 역할을 전적으로 무시한다. 노벨경제학을 수상한 시카고 대학의 프리드먼(Milton Friedman) 경제학 교수는 효율성에서 벗어난 가격에 거래하는 투기자(speculator)는 스마트(smart) 트레이더로 인해 결국 돈을 전부 잃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1953). 프리드먼 교수의 투기자는 현대 재무학에서 말하는 노이즈 트레이더에 해당한다.

즉 노이즈 트레이딩은 스마트 트레이더의 정반대 거래로 인해 결국 높은 가격에 매수하고 낮은 가격에 매도(buy high, sell low)하는 어리석은 거래로 전락되고 말아 결국 돈을 모두 날리게 된다는 얘기다. 쉽게 말하면, 노이즈 트레이더는 주식시장에서 '을'이고 스마트 트레이더는 ‘갑’이란 말이다.

현대 재무학에서 말하는 노이즈 트레이더는 비이성적이고 지식이 많지 않은 투자자를 말한다. 대체로 기업의 내재가치(inherent value)를 고려하지 않고 주식을 사고 파는 투자자를 지칭한다. 그런데 노이즈의 진정한 의미는 과학용어인 ‘화이트 노이즈’(white noise)를 뜻한다. 화이트 노이즈는 일정한 변동폭을 가지고 불규칙적으로 오르내리는 움직임을 가르킨다. 랜덤 워크(random walk)로 정의되는 주가의 움직임이 바로 화이트 노이즈의 전형이다.

이런 노이즈가 재무학에서 처음 사용하게 된 유래는 블랙-숄즈 옵션가격결정모형(OPM)으로 유명한 피셔 블랙(Fischer Black)이 1985년 미국재무학회에서 노이즈를 주식시장과 결부지어 얘기하면서 부터이다. (한편, 1997년 숄즈(Myron Scholes)는 블랙-숄즈 옵션가격결정모형의 공로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지만 블랙은 이 수상전에 이미 고인이 되어 버려 안타깝게 수상하지 못했다.)

블랙은 프리드먼 교수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진짜 정보가 아닌 노이즈에 근거해 주식투자를 하면 돈을 잃는다고 봤다. 그러나 직장생활의 절반 가까이를 월가와 시카고에서 주식트레이더들과 함께 지낸 블랙은 어느 재무학자보다 비효율적 주식시장의 행태와 노이즈 트레이더의 역할을 깊이 이해하고 있었다.

따라서 프리드먼 교수와는 달리, 블랙은 “노이즈가 주식시장을 비효율적으로 만들고 그런 비효율적 주식시장은 가능하다” (Noise makes financial markets possible, but also makes them imperfect.)고 주장했다.

프리드먼 교수는 주식시장에서 노이즈 트레이더가 중요하거나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보지 않았다. 그는 노이즈 트레이더를 종국에 가서 ‘甲’인 스마트 트레이더에게 돈을 잃게 되는 어리석은 '을' 정도로 치부해 버렸다. 그러나 블랙은 노이즈 트레이더는 주식시장에 필수적이고, 주가에 꾸준히 영향을 미치며, 결코 그 존재를 재무학 모델에서 빠뜨려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 말은 행동재무학자들의 손을 들어준 거나 다름없었다.

“노이즈 트레이더는 주식시장에서 '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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