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재무학]<18>루저 게임(Loser’s game)에선 실수 적은 자가 이긴다.

“아마추어 골프 경기에서 이기기 위한 최선의 방책은 실타(bad shots)를 적게 하는 것이다.”
‘실버 샷’(The Silver Shot)이란 닉네임으로 불렸던 美프로골프선수 토미 아머(Tommy Armour)는 그의 책 『How to Play Your Best Golf All the Time』에서 프로 골프와 달리 아마추어 골프는 실수를 가장 적게 하는 플레이어가 이기는 루저의 게임(Loser’s game)이라고 말한다. 아마 대부분의 주말 골퍼들은 이 말에 동의할 것이다.
아머는 US오픈(1927년)과 PGA챔피온십(1930년)에서 우승했고, 골프 명예의 전당(World Golf of Hall of Fame)에 오른 인물.
그는 프로 골프의 승패는 승자의 멋진 퍼터 샷이나 어프로치 샷 등으로 결정되는 위너 게임(Winner’s game)인 반면, 아마추어 골프는 누가 더 적은 실수(OB, 더블 보기, 샌드나 해저드 빠짐 등등)를 했느냐로 그 승패가 결정되는 루저의 게임이라고 설명한다.
인덱스 펀드 투자 세계의 전설로 통하는 찰스 엘리스(Charles Ellis)는 그의 책 『Winning the Loser’s Game』에서 기관 투자(institutional investing)와 같은 프로 주식투자(professional investing)도, 아마추어 골프와 마찬가지로, 시장(market)을 상대로 가장 적은 실수를 하는 펀드매니저가 가장 좋은 성적을 내게 되는 루저의 게임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당연히 개인투자자는 이들 기관투자자보다 평균적으로 더 많은 실수를 하며, 데이 트레이더는 그중 최악이라고 지적한다. “데이 트레이딩은 ‘멍청이의 지는 게임’(sucker’s game)이다. 절대 하지 마라.”
엘리스는 예일대학을 졸업하고, 하버드대학에서 MBA, 뉴욕대학에서 Ph.D.를 각각 취득했다. 그리고 17년간 예일대학교의 투자위원회(Investment Committee)의 위원장으로 재직했고 인덱스 펀드로 유명한 뱅가드 그룹(Vanguard Group)에서 9년간 이사회 멤버를 역임했다.
그는 기관투자가 운용하는 뮤추얼펀드의 성과가 시장수익률에 미달하는 실망스런 결과가 해마다 거듭되는데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사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으며 여전히 시장을 이길 수 있다는 허황된 꿈을 품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지난 1989년부터 2008년까지 미국 주식펀드의 68퍼센트가 시장(S&P500)에 뒤졌다. 그리고 기관투자자에게 지불해야 하는 각종 수수료와 보수 등을 차감한 후의 수익률을 고려하면 기관투자가의 85퍼센트는 시장을 이기지 못했다. 지난 10년간 주식펀드의 중간치(median) 수익률은 5.4%로 시장전체(S&P500)보다 10%나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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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스에 따르면, 극소수의 프로 투자가들만이 시장을 이기는 기술을 가졌을 뿐, 대부분이 기관투자가들은 너무 많은 실수를 하기 때문에 시장과의 ‘머니 게임’(Money Game)에서 지고 있다고 얘기한다.
그렇다면 프로 기관투자가들은 왜 시장을 이길 수 없는 것일까? 엘리스는 그 이유를 주식투자 환경의 변화에서 찾았다. 50~60년대까지만 해도 주식시장엔 프로 기관투자가의 비중이 10%에 불과하고 나머지 90%는 아마추어 개인 투자가가 차지해 프로 기관투자가가 쉽게 아마추어 개인투자가(=시장)를 이길 수 있었다.
그런데 70~80년대에 접어들면서 주식시장에서 프로 기관투자가와 아마추어 개인투자가의 비율이 역전됐다. 실제로 지금은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체결되는 90퍼센트의 거래가 바로 프로 투자가로부터 발생한다. 결국 지금의 시장은 반세기전과는 달리 프로 기관투자가 자신들이 바로 시장이 되어 버렸다. 따라서 한 프로 투자가가 다른 수많은 프로 투자가를 이겨야만 시장을 이길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 프로 기관투자가들 모두 하나같이 가장 똑똑하고 경험도 많고, 정보력도 뛰어나고, 승부욕도 높은 사람들이다. 따라서 한 기관투자가가 다른 기관투자가(=시장)를 이기려면 다른 기관투자가들의 실수를 빨리 잽싸게 잡아내 이를 최대한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결국 프로 주식투자에서 이기는 경우는 상대편이 더 많은 실수를 할 때만이 가능하다.
엘리스는 프로 기관투자의 세계도 루저의 게임일망정, 하물며 아마추어 개인투자가가 시장(=프로 기관투자가)을 이기기는 하늘에 별따기만큼 어려우므로 시장을 이길 수 있다는 헛된 꿈을 꾸지 말라고 경고한다. 그 대신 개인투자가는 시장을 이기려 하지 말고 시장 움직임을 그대로 좇아가는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라고 권고한다.
하지만 우리 주위엔 “나는 머니 게임의 승자다, 승자가 될 것이다.”라는 헛된 믿음을 버리지 않는 사람들이 여전히 너무나 많다고 엘리스는 지적한다.
“골프에서 프로선수와 경기를 하면 돈을 잃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 “99%이상.” 그렇다면 프로 기관투자가와 대결하는 머니 게임에서도 돈 잃을 확률은 똑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