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폴리오가 무색하다. 주식, 채권, 환율 중 살아남은 게 있냐. 일시적 충격이니 낙폭이 지나치다느니 하는 말이 더 무섭다."
미국이 양적완화 출구전략 검토를 공식화하면서 20일 코스피지수가 2% 하락했다. 채권시장에서도 손절성 투매가 쏟아지면서 국채 3년물 금리가 13bp(0.13%포인트) 오르는 등 채권가격이 폭락했다. 외국인 자금이 대거 이탈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14.9원 치솟았다.
예정된 결말이 재확인된 것뿐이지만 시장의 반응은 '공포' 자체였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의 발언이 전해지자 투자자들은 패닉에 빠졌다. 손절이 손절을 부르면서 낙폭이 예상을 넘어섰다.
코스피지수가 하루만에 2% 넘게 하락한 것은 지난해 7월12일(2.24%) 이후 11개월만이다. 이날 마감가 1850.49도 지난해 8월3일 1848.68 이후 10개월만의 최저치다.
국채 금리 급등 역시 투자자들의 심리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국채 3년물 금리가 13bp 오른 데 비해 10년물과 20년물 등 장기채 금리 상승폭은 15~17bp로 시장의 중장기 약세 우려를 드러냈다.
이날 장중 발표된 중국의 6월 제조업 PMI 지표가 시장에 미친 영향에서도 '공황상태'에 빠진 투자자들의 심리가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지적이다. 중국 PMI 지표는 48.3로 지난달 49.2와 전망치 49.1을 모두 밑돌며 9개월 새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수가 50을 밑돌면 경기가 위축되고 있다는 의미다.
윤여삼 대우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기 둔화가 증시에는 악재로 작용한 반면, 호재가 돼야 할 채권시장에는 별 영향을 못 미쳤다"며 "시장은 심리라는 면에서 그만큼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유동성의 기조가 바뀐다는 데 대한 민감도가 큰 상태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로서는 분위기 전환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심리 자체가 깨진 상태"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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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미국 등 글로벌시장 안정세를 확인하는 게 우선이라는 분석이다. 윤 연구원은 "유동성 수혜에 대한 기대치 축소과정에서 주식과 채권시장 모두 조정은 불가피하다"며 "다만 진앙지인 미국시장이 안정세를 찾기 시작하면 국내시장도 후행적으로 안정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채권 현물시장에서 외국인 이탈 조짐이 아직까지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외국인이 3년 만기 국채선물 9월물을 1조원 남짓 순매도하는 등 최근 국채선물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이 두드러지는 것과 달리 채권현물시장에서는 외국인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박 연구원은 "증시와 국채선물시장에서는 외국인 자금 이탈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지만 100조원 규모의 채권현물시장은 아직까지 굳건하다"며 "일각의 금융위기 우려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