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채권시장이 미국의 양적완화 축구전략 예고에 요동치고 있다. 이미 지난달부터 채권시장의 자금이탈이 시작된 가운데 공포감에 사로잡힌 투자자들의 손절이 또 다른 손절을 부르면서 채권가격이 급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유동성의 힘'으로 달려온 채권시장이 경착륙할 경우 경제회복세까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채 3년물 지표금리는 전날보다 10bp(0.10%포인트) 오른 3.04%에 최종 고시됐다. 지난해 7월12일 2.97%을 기록하며 2%대로 떨어진 지 11개월만이다. 지난해 9월 고액자산가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첫 발행됐던 국채 30년물 금리는 3.81%로 발행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채권은 금리가 상승하면 가격이 떨어진다. 장기물의 경우 만기가 길어 금리가 1bp만 올라도 가격이 급락한다. 30년물 금리가 2.74%를 기록했던 지난 10월11일 10억원어치를 사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라면 8개월만에 1억4500만원이 넘는 평가손실을 봤을 수 있다. 증권사에 지급한 수수료와 세금까지 더하면 손실률은 15%에 달한다.
채권은 만기까지 보유하면 발행금리대로 이자를 받지만 이를 노리고 투자하는 투자자는 많지 않다. 금리 변동에 따른 중도 매매로 차익실현을 염두에 두고 투자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금리가 오르면서 투자자들이 체감하는 손실 폭은 숫자 이상이라는 얘기다.
최근 시장금리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데도 이런 공포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채권 딜러는 "투자심리가 깨지면서 손절이 손절을 불렀다"고 말했다.
이날 만 해도 장중 저가매수세가 유입됐지만 시장 방향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전문가들은 기관투자자마저 손절성 매도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 딜러는 "겨우 저가매수에 나서던 곳도 시장의 전반적인 매도세에 위축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당분간 채권시장 약세는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시장 폭락의 원인이 국내가 아니라 글로벌 금융시장에 있다는 점에서다. 최동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한국 등 신흥국 채권시장은 선진국의 양적완화에 따른 유동성의 힘으로 달려온 것"이라며 "이 자금이 빠져나가면 시장이 위축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올해 여름까지도 글로벌 시장 변동성이 누그러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적잖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진짜 시험대는 향후 몇 주 동안 투자자들의 반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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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시장에서 자금이 줄줄이 이탈하고 있다는 점도 전망을 어둡게 한다. 펀드정보업체 EPFR에 따르면 지난 2주 동안 글로벌 채권펀드에서 270억달러(약 27조원) 유출됐다. 아직 '버냉키 쇼크' 이후의 투매 규모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유출 규모는 클 것으로 보인다.
이 중 상당수가 그동안 글로벌 유동성에 기대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던 한국 등 신흥국 채권시장에서 빠져나갔다는 점에서 선진국에 비해 펀더멘탈이 약한 한국 등 신흥국과 정크본드 시장에 대한 불안감은 더 크다.
애드리언 밀러 GMP증권 채권 투자전략가는 "기업의 신용도보다는 높은 수익률만 좇아 정크본드를 샀던 투자자들이 빠르게 이탈하고 있다"고 전했다.
장기적으로 볼 때 시장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측면에서 금리가 서서히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분석도 없진 않다. 단기충격은 피하기는 힘들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시장 안정성이 높아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재형 동양증권 연구원은 "유동성 측면에서 양적완화 축소는 경기회복과 함께 자금흐름이 정상기능을 회복한다는 의미"라며 "고난의 시기가 지나가면 시장 안정성이 높아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