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재무학]<19>하락장에서 액티브 펀드 강하다는 말은 "미신"

“하락장(bear market)에선 액티브 펀드에 돈을 맡겨라.”
하락장에서 손실을 최소화하려고 고민하는 개미 투자자들이 증권방송 등에서 자주 듣는 조언 가운데 하나다. 특히 주가의 변동성이 커지고 자주 급변하는 장세일수록 혼자 스스로 투자하다간 깡통차기 십상이란 경고의 말도 심심찮게 듣는다.
액티브(active) 펀드는 펀드매니저가 소위 '되는 종목'을 골라 가장 적당한 타이밍에 주식을 사고 팔면서 시장을 초과하는 수익률을 도모한다. 따라서 많은 리서치 비용과 복잡한 투자기법이 요구된다. 이에 반해 패시브(passive) 펀드는 시장의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가도록 만들어져 있기에 이러한 비용이 거의 수반되지 않는다.
미국의 월가에서도 하락장에선 많은 리서치 인력과 뛰어난 펀드매니저가 포진해 있는 액티브 펀드가 더 좋은 성적을 낸다는 믿음이 널리 통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하지만 최근 일련의 연구들은 이러한 믿음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인덱스 펀드로 유명한 뱅가드(Vanguard)는『Vanguard Investment Perspectives』 2009년 봄/여름호에서 1970년부터 2009년 사이에 주식시장이 10%이상 하락한 시기의 액티브 주식펀드의 성과를 조사해 봤다. 특히 다우존스 윌셔 5000 지수(Dow Jones Wilshire 5000 Index)가 10%이상 하락했던 7번의 경우와 MSCI EAFE 지수가 10%이상 하락했던 6번의 시기가 대상이 됐다.
뱅가드의 조사결과는 놀라웠다. 먼저, 액티브 주식펀드의 성과가 하락장(bear market)이든 상승장(bull market)이든 특별히 차이가 나지 않았다. 즉 프로 펀드매니저도 소위 ‘되는 종목’이나 적절한 마켓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는 얘기다.
둘째, 스타일(Style)간의 차이로 일부 펀드 매니저의 성과가 다른 펀드 매니저보다 높을 수는 있었다. 예를 들면, 미국 증시가 42% 넘게 빠졌던 2000년 9월부터 2003년 3월까지 중소형주 중심의 Russell 1000 Value 지수는 고작 21% 하락에 그쳤다. 즉 중소형주만을 투자했던 펀드의 성적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중소형주를 투자했던 펀드도 중소형주를 대표하는 지수와 비교하면 초과수익률을 거두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말하면, 이들도 꾸준히 중소형주 시장을 이기진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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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특정한 연도의 하락장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둔 펀드매니저라 할지라도 그 다음번 하락장에서 지속적인 초과수익을 거두진 못했다. 결국 특정 연도에 좋은 성적을 거둔 게 펀드매니저의 실력이 아닌 운(luck) 때문이었다는 말이 된다.
하락장에서 액티브 펀드가 특별히 뛰어나지 않다는 주장은 Standard & Poors의 연구(2008 Indices vs. Active Scorecard)에서도 입증되고 있다. S&P의 조사에 따르면, 하락장이었던 2008년 9가지의 서로 다른 스타일 가운데 8개의 액티브 펀드의 실적이 각 스타일을 대표하는 지수에 훨씬 못 미쳤다. 또한 2000년부터 2002년까지의 또 다른 하락장에서도 S&P는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
결국 S&P는 “하락장에서 액티브 펀드가 강하다는 믿음은 미신(myth)”이라고 결론지었다.
『Winning the Loser’s Game』이란 투자 지침서를 쓴 찰스 엘리스(Charles Ellis)는 시장 상황에 상관없이 1989년부터 2008년까지 액티브 펀드의 약 85퍼센트가 시장수익률에 미달한 성적을 냈다고 밝혔다.
물론 이들의 결과는 모든 프로 펀드매니저들이 '루저'(loser)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소수의 뛰어난 프로 펀드매니저가 존재하여 상승장이든 하락장이든 월등한 성적을 내고 있는 게 사실이다. 통계적으로 보면 약 15퍼센트에 달하는 스타 펀드매니저가 이들이다. 따라서 이들 15퍼센트에 속하는 '위너'(winner)를 매년초에 미리 알 수만 있으면 이들에게 돈을 맡기고 큰 돈을 벌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를 종합해보면, 지속적으로 스타 펀드매니저를 미리 파악할 수 없으며, 과거의 좋은 성적이 미래의 성과를 예측하는데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게 밝혀졌다. 다만 과거에 저조한 성적을 보인 펀드매니저는 미래에도 계속 열등한 성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만 있다.
결국 개미들은 하락장에선 상승장에서 나쁜 성적을 보인 펀드매니저에겐 더욱 돈을 맡겨선 안된다는 점을 명심하고 이들 '나쁜 펀드'를 피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