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재무학]<21>액티브 주식투자는 ‘네거티브-섬’(negative-sum) 게임

윌리엄 샤프(William Sharpe)는 CAPM(자산가격결정모형)으로 널리 알려진 증권 가격 이론을 수립, 오늘날 현대 재무학의 토대를 쌓은 공로로 1990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아이러니하게도 그의 논문이 학술지에 처음 제출됐을 땐 퇴짜를 맞았다.)
그해 노벨 경제학상은 총 세명이 공동 수상했는데, 분산투자(diversification)를 바탕으로 하는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을 수립한 해리 마크위츠(Harry Markowitz)와 MM(Modigliani-Miller)이론으로 불리는 최적 자본구조(capital structure)를 설명한 머튼 밀러(Merton Miller)가 샤프와 공동수상자들이다.
샤프는 노벨상을 수상한 다음해 또 하나의 유명한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액티브(active) 주식투자와 패시브(passive) 투자간의 성과에 관한 것이었다. 액티브 투자란 소위 ‘되는 종목’을 찾아내고 최상의 타이밍에 맞춰 주식을 사고팔면서 시장을 초과하는 수익률을 추구하는 방법이다. 따라서 상당한 리서치와 복잡한 투자기법의 이해가 요구된다.
이에 반해 패시브 투자는 (파도에 몸을 맡기듯) 시장 전체의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가는 투자방법으로 시장 전체를 대표하는 지수펀드나 ETF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패시브 투자의 성과는 시장과 같이 움직이므로 패시브 투자의 수익률은 시장수익률 그 자체이다. 반면 액티브 투자의 수익률은 시장수익률보다 초과할 수도 있지만 미달할 수도 있다.
샤프가 새 논문을 발표할 당시는 미국 증시가 꽤 호황을 누렸던 시기였다. 1989년과 1991년 모두 S&P500 지수가 20% 넘게 올랐다. 대박종목을 터뜨리며 시장수익률을 초과하는 성적을 낸 액티브 투자자가 투자의 달인으로 소개되며 한껏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1990년 시장이 7% 가량 하락할 때는 액티브 투자가 오히려 하락장에서 강하다는 말이 나돌았다. 따라서 그 당시 시중에는 액티브 투자가 패시브 투자보다 훨씬 좋은 성과를 낸다는 주장이 대세를 이뤘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에 회의를 품었던 노벨상 수상자인 샤프는 결국 이 주장에 반박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샤프가 이용한 반론의 방법이었다. 그는 아래와 같은 아주 간단한 수학문제를 사용했다.
우선 주식시장에 있는 투자자를 크게 두 부류로 나눴다. 하나는 액티브 투자자이고 다른 한 부류는 패시브 투자자이다. 따라서 아래의 공식이 성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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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전체 투자자) = B(액티브 주식투자자) + C(패시브 주식투자자)
그러면 시장 전체 수익률(M)과 액티브 투자자의 수익률(X) 및 패시브 투자자의 수익률(Y)과의 관계는 다음과 같이 성립한다.
A*M = B*X + C*Y
그런데 패시브 투자는 시장을 그대로 따라가므로 패시브 투자 수익률은 시장 전체 수익률과 동일하다. 즉 M = Y 이다.
이제 특정 연도의 시장 수익률(M)을 10%라 가정해 보자. 그럼 패시브 투자수익률(Y)도 10%가 된다. 그럼 시장 수익률과의 관계는 다음과 같이 성립한다.
A*10% = B*X + C*10%
이제, 시장에 존재하는 액티브 투자자와 패시브 투자자의 비율을 70:30으로 가정하자. 그럼 시장수익률 공식은 다음과 같이 된다.
(1)*10% = (0.7)*X + (0.3)*10%
이제 이 수학문제를 풀면 액티브 투자자의 수익률을 구할 수 있다. 이 일차방정식은 초등학생도 풀 수 있는 쉬운 문제다. 해답은 X = 10%. 즉 액티브 투자자의 수익률도 결국 패시브 투자자의 수익률과 동일하다는 결과를 얻는다. 그 결과는 시장에서의 액티브 투자자와 패시브 투자자의 비율과 상관없다. 가령 액티브와 패시브 투자자의 비율이 90:10이나 10:90이라도 동일한 해답을 얻는다.
이 간단한 수학문제를 통해 노벨상 수상자인 샤프는 액티브 투자의 수익률이 패시브 투자의 수익률보다 높지 않음을 간단히 증명했다.
그런데 샤프의 증명은 소수의 뛰어난 액티브 투자자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게 아니었다. 그의 증명의 진짜 의미는 이렇다. 만약 액티브 투자자 S가 시장을 초과하는 수익률을 거뒀다면, 그는 소위 ‘되는 종목’에 크게 베팅(=과다 보유)한 것이다. 주식시장에 있는 모든 주식은 반드시 누군가에 의해 보유돼야 하기 때문에 S가 과다 보유했다면 또 다른 액티브 투자자 L은 과소 보유해야 하고 반드시 시장 수익률에 미달하는 성적을 거둘 수 밖에 없다.
여기서 패시브 투자자는 시장의 모든 종목에 대해 바이앤홀드를 하기 때문에, S는 그 ‘되는 종목’을 L로부터 사들이면서 시장을 초과하는 성적을 거뒀지만, 반대로 L은 그 ‘되는 종목’을 매도해 버림으로써 저조한 성적을 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샤프의 증명의 결론은 액티브 투자는 ‘제로-섬’(zero-sum) 게임이라는 것이다. 한 액티브 투자자가 좋은 성적을 내면 반드시 다른 액티브 투자자는 손실을 얻는 게임이다.
그런데 액티브 투자자는 리서치도 많이 해야 하고 다양한 투자기법을 적용해야 하며, 잦은 매매로 거래수수료 및 세금을 많이 부담해야 한다. 따라서 액티브 투자자에게 순수하게 떨어지는 이익은 이러한 모든 비용을 차감한 뒤의 금액이다. 따라서 액티브 투자는 ‘네거티브-섬’(negative-sum) 게임일 수밖에 없다.
샤프가 1991년에 발표한 논문 제목도 ‘액티브 주식운용의 산수’(The Arithmetic of Active Management)였다. 그는 아주 간단한 산수문제로 시중에 떠도는 잘못된 통념을 간단히 날려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