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印'에 흔들…채권시장 중대기로

'美·印'에 흔들…채권시장 중대기로

심재현 기자
2013.08.20 18:27

미국채 금리 2년여만 고점 기록 뒤 인도 우려에 하락 시도

채권시장이 중대기로에 섰다. 아시아 신흥국 금융위기 가능성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떠오르면서다.

미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풀었던 돈줄을 죌 것이라는 공포감에 줄줄이 채권시장에서 빠져나갔던 투자자들은 눈치보기에 들어가는 모습이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시장이 어떤 '이벤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느냐에 주목하고 있다.

20일 서울채권시장에서 국채 10년물 금리는 3.64%로 전날보다 10bp(0.10%포인트) 하락했다. 5주만의 최대 낙폭이다. 채권금리가 내린다는 것은 채권가격이 오른다는 의미다. 전날 7bp 상승하며 발행 이후 처음으로 4%대를 넘어섰던 국채 30년물 금리도 8bp 하락하며 3%대를 회복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채권금리는 철저하게 미국의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 공포에 지배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이날 정오까지 국채 10년물 금리 상승폭은 28bp에 달했다.

글로벌 채권시장에서도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간밤 2.88%까지 치솟으며 2011년 7월 이후 고점을 찍었다. 지난 5월 중순만 해도 1.9%선에 머물다 3개월만에 1%포인트 가까이 급등했다. 같은 만기의 독일 국채도 1.92%로 지난해 3월 이후 고점을 기록했고 영국 국채도 2.75%로 최근 2년래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이목은 이제 신흥국 금융위기 우려로 빠르게 옮겨가는 모양새다. 통화 가치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경상수지 적자와 대외부채 문제가 불거진 인도와 인도네시아에서 위기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런 문제가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잖다. 다른 아시아 신흥국 금융시장 역시 외국인 자금에 기대 몸집을 키워온 만큼 미국의 테이퍼링과 함께 무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이런 위기감 속에서 국내 채권시장은 이날 상대적으로 펀더멘털이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반사이익을 봤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시아 금융위기 우려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됐다"며 "장중 미국채 금리도 하락세로 돌아서는 등 글로벌 투자자들도 이 문제에 주목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장 전망은 안갯속이다. 당분간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다. 전문가들은 아시아 금융위기가 현실이 될 경우 미국의 테이퍼링을 넘어서는 이슈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인도와 인도네시아의 금융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한국으로 확산되지만 않는다면 최근 급등세를 보였던 채권 금리는 방향을 틀 가능성이 높다. 이날 국채선물이 일제히 강세를 보인 것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는다. 국채선물 10년물의 경우 1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박 연구원은 "미국 국채 금리와 동남아 금융위기 가능성이라는 두 가지 이슈가 힘겨루기를 벌이면서 눈치보기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시장 변동성은 확대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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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현 특파원

머니투데이 뉴욕 특파원입니다. 뉴욕에서 찾은 권력과 사람의 이야기. 월가에서 워싱턴까지, 미국의 심장을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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