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회계사도 비정규직 시대?…계약직 첫 등장

[단독]회계사도 비정규직 시대?…계약직 첫 등장

박경담 기자
2013.10.18 16:18

EY한영회계법인, 감사시즌 대비한 계약직 채용 논란

4대 회계법인 중 한 곳인 EY한영회계법인(이하 EY한영)이 계약직 회계사를 채용했다. 회계업 불황으로 비정규직 회계사 시대가 열리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EY한영은 지난 9월 120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한 뒤 30명의 계약직 사원을 추가로 뽑았다. 계약직으로 채용된 회계사들은 대학 졸업생과 대학 졸업 예정자를 포함한다. EY한영은 회계연도가 12월에 끝나는 기업들의 1~3월 감사시즌에 대비해 계약직을 추가로 뽑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구직활동을 하는 졸업생을 계약직 회계사로 뽑은 것은 드문 사례라고 입을 모았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대학 재학생을 교육 차원에서 겨울방학 동안 뽑는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본격적인 구직활동에 나선 대학 졸업생을 계약직으로 채용한 적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EY한영 한 관계자는 "경기가 어려운 탓에 회계법인 신규채용이 줄었는데 올해 공인회계사 합격자수는 900여명 가량으로 전년과 비슷했다"며 "한국공인회계사회와 금융감독원 쪽에서 합격자를 좀더 채용해줄 수 없느냐는 요청이 와서 계약직으로 채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계약직을 뽑은 것은 미지정자(입사를 못한 합격자)들에게 연수의 기회를 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회계사는 전문직이기 때문에 일반 회사와는 다른 기준으로 계약직 채용을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단 계약직으로 뽑힌 회계사들은 여타 비정규직처럼 고용불안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앞서 인용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은 대부분 12월 결산법인이라 1~3월에 감사시즌이 몰린다"며 "감사시즌이 끝나고 정규직으로 전환되는지 지켜볼 문제"라고 말했다.

문제는 제일 바쁜 감사시즌의 업무만 보고 실무 능력을 가려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한 현직 회계사는 "감사시즌에는 잡일이 많아 이 때 일하는 것으로 실무 능력을 키우기는 어렵다"며 "회계법인이 보통 1~2년간 수습기간을 두는 것도 업무 계발을 위해서인데 바쁜 감사시즌에만 일하는 소모품처럼 쓰일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올해 삼일·삼정·안진·한영 등 국내 4대 회계법인이 채용한 신입사원은 653명으로 지난해(866명)보다 25%이상 감소했다. 이는 올들어 4대 회계법인들의 실적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EY한영은 타 법인보다 수익 감소세가 크다. 지난해 총 영업수익(매출액)은 1353억원으로 전년비 3.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89억9900만원으로 전년비 20.3% 감소했다. 특히 당기순익은 전년비 83.8% 줄어든 4066만원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삼일과 삼정의 당기순익이 각각 35.2%, 25% 줄어든 것과 비교된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IFRS 특수가 끝나가면서 회계법인의 수익도 나빠졌다"며 "계약직을 채용하면 회계사의 꽃인 스페셜(보너스)과 계약기간 이외의 급여가 절약되니 인건비 절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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