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배당 안한 삼성전자 결단 이뤄질까?
"시장의 초점은 7조1900억원(영업이익)보다 500원(주당 배당금)에 쏠려 있습니다."
31일 코스피 개장 전 삼성전자가 2분기 실적 및 중간배당을 발표한 직후 한 시장관계자는 입맛을 다셨다. 이미 지난 8일 실적 가이던스를 통해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 부진을 '사전 고지' 받았던 시장은 삼성전자의 배당확대 가능성에 한줄기 기대를 걸어왔다.
이날 삼성전자가 발표한 현금 배당은 주당 500원으로 지난해와 같은 수준이었다. 최경환 경제팀의 강력한 배당확대 정책 드라이브에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가 호응을 보일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는 무산됐다.
실망감은 주가에 반영됐다. 그동안 배당확대 기대감으로 올랐던 상승폭을 고스란히 반납했다.
이날 삼성전자 보통주 주가는 장중 4% 이상 빠지며 133만6000원까지 급락했고 결국 3.73% 내린 134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1월2일(-4.59%) 이후 일일 최대 규모의 낙폭이다. 이날 외국인은 5만여주 가까이 삼성전자를 사들였지만 기관은 7만주 넘게 팔아치웠다. 삼성전자 우선주도 이날 4.88% 빠졌다. 지난해 11월 초 이후 일일 최대 규모의 낙폭이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하루 새 7조6595억원 감소했다.
도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 기대했던 중간배당액 증가 및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정책 확대는 이번에 이뤄지지 않았다"며 "주가 저평가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주가가 회복되기 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날 시장을 지켜 본 전문가들은 삼성전자를 보다 '깊고 넓게'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 현 시점에서 배당을 늘리기는 무리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0년 이례적으로 주당 5000원의 중간배당을 실시한 것을 제외하고는 매년 주당 500원의 배당을 유지해 왔다. 2010년 당시 삼성전자는 갤럭시S의 성공적 출시에 힘입어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2분기 삼성전자 실적은 '어닝쇼크' 수준으로 정부의 '신호'에 따라 무작정 배당 규모를 늘리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삼성전자의 '상징성'이 고민거리였다는 분석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장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배당을 확대하게 될 경우 '성장주'에서 '자산주'로의 전환을 스스로 인정하는 모습이 될 수 있다"며 "이는 세계 최첨단 기업임을 자부하는 삼성전자 입장에서 쉽지 않은 결정"이라고 말했다.
배당의 '신호효과'도 삼성전자를 주저하게 만든 요인으로 꼽힌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배당은 한번 늘리게 되면 그 규모를 계속 유지해야하며 추후 이를 줄이게 될 경우 회사 사정이 나빠졌다는 '신호'를 준다"며 "이 때문에 기업들이 섣불리 배당정책에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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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결단'을 위해 좀 더 기다려 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삼성전자가 배당보다 자사주 매입을 선호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최광욱 에셋플러스자산운용 CIO(전무)는 "삼성전자가 연말 배당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삼성 입장에서 현재 배당보다는 지배구조 강화를 위해 자사주 매입을 늘려야 하는 상황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론적으로 주주 입장에서 자사주 매입과 배당 효과는 동일하다.
삼성전자도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조금 더 기다려 달라'고 요청했다.
삼성전자는 "전반적인 주주환원에 대한 의사·의지는 변한 것이 없다"며 "앞으로 5~10년을 바라보면서 중장기적 성장을 집중적으로 검토하고 있고 이같은 성장에 따라 주주들도 장기적인 기준에서 더 혜택을 받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