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어느 증권사 직원의 한숨

[기자수첩]어느 증권사 직원의 한숨

임동욱 기자
2014.08.04 06:08

지난주 박스권을 벗어난 증시로 오랫만에 증권업계에 활기가 돌았다. 하지만 한숨 소리도 들렸다. KDB대우증권을 2012년 6월 말부터 이끌어 왔던 김기범 사장이 지난달 31일 사임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의 임기는 내년 5월까지였다. 후임이 정해질 때까지 구동현 산은금융지주 부사장이 직무를 대행한다.

그동안 대우증권을 이끌었던 몇몇 핵심 임원들도 함께 사표를 냈다. 대우증권의 '새판 짜기'가 예고되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김 사장이 해외사업 확대와 인력 구조조정 및 조직개편 등 추진과정에서 산은과 갈등을 빚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회사 경영진에 대한 인사권은 최대주주의 당연한 권리지만 아쉬움이 많다.

상당수 대우증권 직원들은 김사장의 사임에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김 사장은 그동안 인력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다. 업계가 최악인 상황에서 직원들을 내보낼 경우 갈 곳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업황이 좋아져야 비로소 인적 구조조정을 할 수 있다는 '역발상'이었다.

김 사장은 언론을 가까이 한 경영자는 아니었다. 대신 일반 직원들과 수시로 구내 식당에서 점심을 같이 하며 '스킨십'을 중시했다. 전사 직원들이 회사의 경영 상황을 알아야 한다며 매월 초 직접 사내방송 마이크를 잡았다. 악화됐던 실적은 최근 급속히 호전되면서 증권사 중 상위권을 기록했다. 직원들이 김 사장의 갑작스런 사임을 이해하기 힘든 이유다.

일각에서는 한국 증권산업이 발전하지 못한채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고 한탄한다. 기존 전문가들이 자신의 기득권에 안주했거나 혹은 비전문가들이 증권산업을 좌우했기 때문이다. '제조업'처럼 본사에서 전략상품 몇 개를 찍은 후 전 지점을 통해 대대적으로 밀어내는 증권사도 있다. 후유증은 나타나고 있다.

은행업은 증권업과 다르다. 은행이 증권사처럼 운영되거나, 반대로 증권사가 은행처럼 돌아가서는 곤란하다. 한국 증권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진정한 전문가들이 업계를 리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진정한 전문가가 없다면 키워내야 한다. 증권사 CEO자리가 '낙하산' 착륙지점으로 남아있는 한 기대할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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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욱 바이오부장

머니투데이 바이오부장을 맡고 있는 임동욱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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